"가족에 알리면 구속"…20대 '셀프 감금'으로 4500만원 뜯어낸 보이스피싱[목소리의 덫]

가짜 구속영장 보여주며 협박…스스로 고립·감금 '가스라이팅'
경찰 "수사기관이 코인·계좌이체 요구하면 100% 사기"

편집자주 ...가장 익숙한 목소리가 가장 위험한 덫이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공공기관, 금융회사, 가족, 지인을 사칭하며 사람들의 불안과 조급함을 파고듭니다. 뉴스1은 울산중부경찰서와 함께 실제 피해 사례를 통해 범죄 수법의 변화상을 짚고, 시민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예방법을 격주로 전합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최근 수사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를 숙박업소에 고립시켜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셀프 감금'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번 범행은 수사 절차에 어두운 20·30대 사회초년생의 불안한 심리를 악용해 가족·지인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고, 가상자산으로 돈을 가로채는 치밀한 방식을 보였다. 보이스피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젊은 세대도 이러한 신종 수법에 쉽게 당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7일 울산중부경찰서에 따르면 회사원 A 씨(20대·여)는 지난 4월 대검찰청 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법원 등기가 반송됐으니 사건 검색 사이트를 통해 내용을 확인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 사칭범은 A 씨에게 가짜 대검찰청 사이트 주소를 불러주며 접속을 유도했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한 A 씨는 위조된 구속영장과 공문서를 보고 사칭범이 실제 수사기관 직원이 맞는다고 굳게 믿게 됐다.

이후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검찰 사무관, 금융감독원, 담당 검사를 차례로 사칭하며 A 씨를 속였다.

사칭범들은 "당신 명의로 개설된 계좌가 80명 이상의 피해자를 낸 특급 범죄 사건에 사용됐다"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수사 비밀을 유출하면 구속하겠다. 당장 서울로 올라와 숙소에 머물며 약식 조사를 받아라"고 A 씨를 협박했다.

어렵게 구한 직장에 피해가 갈 것을 두려워한 A 씨는 사칭범의 지시대로 울산에서 서울로 이동해 1주일간 한 숙박업소에 머물렀다.

사칭범은 A 씨에게 새 공기계를 구입해 유심칩을 옮기고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단절시켰다.

감금 기간 A 씨는 메신저 앱으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칭범에게 보고하며 가스라이팅(심리 지배) 상태에 빠지게 됐다.

A 씨가 완전히 속아 넘어갔다고 판단한 검사 사칭범은 "보유한 자금이 범죄 수익금인지 검수해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다.

이에 A 씨는 신용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약 4500만 원으로 가상자산을 구매해 조직원이 지정한 특정 해외 거래소 지갑 주소로 전송했다.

A 씨는 "자산 검수가 끝나면 돈을 돌려주겠다"는 조직원의 말을 믿고 울산으로 돌아와 이틀가량 기다렸다. 그러나 사칭범과의 연락이 닿지 않자, 비로소 피싱 범죄임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법은 두려움에 떠는 피해자를 '셀프 감금' 상태로 만들고 주변인과의 접촉을 차단해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전화가 걸려 오면 일단 끊은 뒤 112(경찰), 1332(금융감독원), 1301(검찰청) 등 대표 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 실제 소속 직원이 맞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수사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가상자산, 계좌이체, 현금 등의 금전을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당부했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