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쓰러뜨린 '번쩍이는 LED 게임'…정부 지침은 1년 뒤 나왔다
행정안전부, 광과민성 발작 예방 종합 가이드북 발간
'사회적 인식변화 첫걸음' 평가…법적 의무 없어 한계도
- 조민주 기자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울산의 한 놀이시설에서 LED 발판 게임을 하던 초등학생이 광자극으로 쓰러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년 만에 행정안전부가 광과민성 발작 예방 안전지침을 마련했다.
2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026 광과민성 발작 예방 종합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울산 중구의 한 놀이시설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A 군이 LED 라이트로 빛나는 발판을 밟는 액티비티 게임을 약 10분간 이용하던 중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보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A 군은 의료진으로부터 '광자극에 의한 경련' 소견을 받았으며, 약 8시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어두운 공간에서 빠르게 전환되는 조명과 색 변화가 광자극에 민감한 어린이·청소년에게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과민성 발작은 어두운 곳에서 강한 깜빡임이나 번쩍이는 빛에 뇌가 과민하게 반응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비교적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가이드북은 학부모와 교직원, 시설 관리자, 콘텐츠 제작자, 기업 등이 일상 속 광자극 위험을 줄이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가이드북은 영상·게임 속 깜빡이는 화면, 공연·전시장 조명과 레이저, 키즈카페·노래방·게임장 등 조명 사용 시설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특히 실내 놀이시설과 게임방의 경우 아케이드 게임 화면의 빠른 번쩍임, VR 기기의 플리커 현상, LED 조명 발판 등이 광과민성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예방 수칙으로는 영상이나 게임 화면을 일정 거리에서 밝은 조명 아래 이용하고, 깜빡이는 빛을 보면 즉시 눈을 돌리거나 감는 등 자극을 피하도록 안내했다.
시설 관리자에 대한 예방 기준도 담겼다. 키즈카페, 오락실, 노래방 등 시설 관리자는 조명과 영상·기기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시설 내 잘 보이는 곳에 안내문을 부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직원에게 발작 전조 증상과 응급 대처 방법을 교육하고, 월 1회 이상 자체 점검표를 활용해 정기 점검을 실시하도록 했다. 점검 대상에는 게임기나 스크린의 빠른 색 전환, 강한 점멸 효과 사용 여부 등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이드북 발간이 광과민성 발작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권고 수준을 넘어 명확한 안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덕수 한국뇌전증협회 사무처장은 "그동안 광과민성 발작은 뇌전증 환자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가이드북은 누구에게나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린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제화가 쉽지 않은 측면은 있지만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보호와 안전 기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주의 문구 부착에 그치지 않고 안내 의무와 조명·영상 사용 기준, 사고 발생 시 책임 체계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이드북을 발간만 하고 현장에 맡겨두는 방식으로는 정착이 어렵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다중이용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발작 전조 증상과 응급 대처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injuma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