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관심이 생명 살렸죠"…10일 굶은 이웃 구한 '복지레이더망'
3개월 연락 두절된 미용실 단골, 위기 직전 발견해 긴급 구호 연계
야음장생포동, 미용실·부동산 등 이웃 제보로 위기 가구 3건 구조
-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이웃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이 생명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울산 남구 야음장생포동 소재 미용실 주인의 따뜻한 눈썰미가 한 이웃의 꺼져가던 생명을 살려냈다. 장기간 단골의 발길이 끊긴 것을 예사롭게 넘기지 않은 이정원 씨(67)의 이야기다.
20일 이 씨에 따르면 A 씨(54)는 10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은 미용실을 찾았다. 그런 그의 발길이 3개월가량 끊기자, 걱정이 된 이 씨는 지난달 8일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락은 닿지 않았지만, 이 씨는 '부재중 알림을 보고 다시 연락이 오겠거니' 하며 기다렸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A 씨의 소식이 없자, 이 씨는 지난달 11일 직접 그의 집을 찾아갔다.
이 씨가 문을 열고 마주한 광경은 처참했다.
물과 전기가 끊긴 집 바닥에 누워 방치돼 있던 A 씨는 열흘 이상 끼니를 잇지 못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스스로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
심지어 A 씨는 오랜 기간 가족과의 인연도 끊겼고, 2019년부터 주민등록마저 말소돼 최소한의 사회적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 씨의 신고를 받은 야음장생포동은 바로 개입에 나섰다.
동은 119 구급대를 통해 A 씨를 병원으로 옮겼고,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지원했다. 또 A 씨를 신속히 사례관리 대상자로 지정해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현재 A 씨는 일상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으며, 꾸준히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러한 도움의 배경엔 야음장생포동이 지난 2월부터 시작한 '복지레이더망' 사업이 자리하고 있다.
'복지레이더망'은 통장과 상인 등 동네 주민이 집마다 방문해 이웃의 안부를 확인하고, 위기 징후가 발견되면 행정복지센터로 연계하는 '복지 사각지대 상시 발굴 체계'다. 48명의 명예사회복지공무원과 동네 곳곳의 여러 업소가 이 레이더망에 동참하고 있다.
야음장생포동은 이날 기준 A 씨의 사례를 포함해 위기에 처한 3명의 주민을 찾아 도왔다.
동에 따르면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는 월세 체납으로 집주인에게 쫓겨날 위기에 처한 70대 여성을 발견해 행정복지센터에 알렸다. 동은 체납 월세 일부를 긴급 지원하고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동은 또 다른 미용실 사장의 제보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던 50대 남성을 찾아내기도 했다. 이 남성은 본인의 근로 의지를 반영해 자활사업이 연계됐다.
야음장생포동 관계자는 "야음장생포동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고 복지제도 자체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며 "지원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웃이 이웃을 살피게 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niw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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