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세무서 앞 택배기사 분신…"李대통령님 선처 부탁합니다"(종합)

'세금 추징' 선처 호소…노조 측, 지역에만 수백명 해당
분신 시도 앞서 노조원 단톡방에 대통령께 남기는 글 올려

26일 분신 시도가 일어난 울산 북구 동울산세무서 전경.2026.3.26.ⓒ 뉴스1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박정현 기자 = 26일 울산 북구 동울산세무서 청사 앞 야외주차장에서 40대 택배기사가 분신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택배기사는 거액의 부가세 추징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다 몸에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북부경찰서와 민주노총 택배노조 울산지부에 따르면 택배기사 A 씨(49)가 오전 9시 30분께 동울산세무서에서 조사관과 면담을 진행했다.

A 씨는 면담 후 같은 날 오전 10시 49분께 동울산세무서 야외주차장에서 미리 준비해 온 인화 물질을 자신의 머리에 뿌린 뒤 분신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A 씨의 분신 이유는 최근 지역 택배업계를 덮친 대규모 '세금 추징' 사태다.

복잡한 세금 신고의 어려움을 겪던 택배기사들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한 대행업자에게 부가가치세 신고를 맡겨왔다. 그러나 최근 이 대행업자가 세무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로, 기사들의 매입 세액 공제액을 고의로 부풀려 세금을 축소 신고해 온 사실이 세무 당국에 적발됐다. 이에 세무 당국은 압수한 대행업자의 고객 명단을 토대로 대대적인 추징에 나섰다.

노조 측에 따르면 과거 5년 치의 세금 누락분과 본래 추징금의 약 75%에 달하는 과징금, 불성실 신고 가산세가 한꺼번에 부과됐다. 여기에 종합소득세 재산정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인상분까지 합치면 기사 1인당 감당해야 할 몫이 많게는 1억 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지역에만 수백 명의 기사가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동료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괴로워하던 A 씨는 세무서에 찾아가 선처해달라고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날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에선 세금 신고 오류가 발생한 것에 대해 과세 자료 해명 안내문을 발송했고, 이를 확인한 A 씨가 세무서에서 세무 상담을 한 뒤 분신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납세자의 세금문제 해결을 위해 세무 상담을 다 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이날 오전 분신 시도에 앞서 노조원들이 속한 텔레그램 방에 '이재명 대통령께 택배기사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A 씨는 얼굴과 가슴에 2도 화상을 입고 부산의 화상 전문병원에 이송됐다.

경찰은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