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들여 만든 울산 이동노동자 야외 쉼터 '텅 비었다'
"겨울·여름에 벤치를 이용하는 사람 본 적 없어"
-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울산 남구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이동노동자 야외 쉼터'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쉼터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휴식 공간이 날씨의 영향을 받는 야외 벤치로 구성된 탓에 노동자들이 이용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7일 오전 10시께 울산 남구 무거동 소재 이동노동자 야외 쉼터. 쉼터 옆 택시 정류장엔 빈 택시 4대가 정차해 있었지만, 운전기사들은 쉼터 내 화장실과 흡연실만 오갈 뿐 쉼터 시설 중 하나인 조약돌 모양 벤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택시 기사 이모 씨(55)는 "이 추위에 누가 벤치에 앉아 쉬겠느냐"며 "겨울뿐 아니라 여름에도 벤치를 이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택시는 전기차가 많아 공회전 걱정 없이 차 안에서 히터나 에어컨을 켜고 쉬는 게 훨씬 편하다"며 "기사들에게 필요한 건 화장실과 흡연실이지 이런 벤치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취재진이 이곳에서 1시간가량 지켜본 결과, 정류장에 멈춰 선 택시 10여 대 가운데 벤치를 이용한 운전자는 단 1명도 없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께 남구 삼산동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쉼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택시 승강장과 거리가 다소 있어 떨어져 접근성이 더 낮았다. 쉼터 옆 흡연실은 이동노동자가 아닌 인근 터미널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이동노동자 야외 쉼터는 남구가 2022년 총 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무거동(127.45㎡)과 삼산동(80.2㎡) 등 2곳에 조성했다. 택배, 대리운전, 택시 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이 이곳에서 24시간 자유롭게 쉴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남구 관계자는 "이동노동자 야외 쉼터는 개방형 공간이라 출입 대장을 작성하기 어려워 정확한 이용 통계는 없다. 벤치 이용률만 볼 것이 아니라, 벤치, 흡연실, 화장실 등 전체 시설을 통째로 하나의 쉼터로 봐달라"며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niw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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