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70% 가로막은 '정류장'… 휠체어·노인 보행보조기는 어디로 가나

"통행로 좁아 차도로 내몰릴 판"

4일 오전 9시께 울산 남구 울산공고 정류장 앞쪽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2025.12.4/뉴스1ⓒ 뉴스1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울산 남구의 한 버스정류장이 보도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시민들이 통행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휠체어나 노인 보행보조기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들은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공간이 협소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오전 9시께 남구 신정3동 울산공업고등학교 앞 버스정류장. 돔 형태의 정류장 시설물이 인도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어 보도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정류장 뒤편으론 성인 한 명도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고 앞쪽도 마주 오는 사람이 있을 경우 한 명은 차도로 내려가거나 상대방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인근 주민 조대현 씨(30)는 "보도 크기에 맞지 않는 거대한 정류장이 들어서 있어 보행자들이 좁은 정류장 앞쪽으로 아슬아슬하게 돌아서 지나가야 한다"며 "이곳 인근엔 울산공고, 울산중앙초, 월평중 등 학교가 많아 학생들의 통행이 잦은데, 정류장에 사람이 많으면 학생들이 차도로 내려와 통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희 할머니가 걷기 불편하셔서 롤레이터(노인 보행보조기)를 끌고 다니시는데, 그곳을 지날 때마다 매우 불편해하신다"며 "비교적 크기가 작은 롤레이터도 이렇게 불편한데, 부피가 더 큰 휠체어 이용자나 시각장애인은 이동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정류장 뒤편 공간의 폭은 20㎝ 이하였고 앞편의 폭은 약 80㎝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휠체어나 롤레이터 폭이 60㎝ 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이용하는 시민은 이곳을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다.

오대현 척수장애인협회장은 "보도를 과도하게 차지하는 정류장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휠체어를 이용해 지나다니기 어려우면 차도로 내려와 지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또 "지자체가 정류장 설치 단계에서부터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고려해 세심하게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남구 관계자는 "해당 정류장은 2013년에 설치됐는데, 당시에는 화단과 가로수가 통행에 큰 지장을 주지 않았다"며 "시간이 지나 가로수가 성장하고 정류장 시설물과 공간이 맞물리면서 불편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관련 민원은 없었으나, 시설물이 오래된 만큼 향후 정비 시 이 부분을 반영해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