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HJ중공업, 울산화력 참사 '뒤늦은 사과'도 논란

"깊은 애도" 고개 숙였지만 민감한 질문엔 "조사 중" 답변만
사과문 발표 방식 조율 안 돼 관계자들끼리 얼굴 찌푸리기도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13일 울산화력본부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현장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5.11.13/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발생 8일째인 13일 공사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과 원청업체 HJ중공업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뒤늦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 측은 구체적인 사고 원인이나 책임 관계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해 '반쪽짜리 사과'란 비판을 자초했다.

지난 6일 울산 남구 남화동 소재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선 기력발전 5호기 보일러 타워가 붕괴해 작업자 7명이 매몰됐다.

이들 작업자는 모두 HJ중공업의 하청 업체 코리아카코 소속이다. 매몰된 작업자 중 6명이 숨졌고 현재 1명이 실종된 상태다.

권명호 동서발전 사장은 이날 오전 붕괴 사고 현장 앞에서 "이번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고인들에 대해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사장은 이번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관련 물음엔 "수사 결과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을 감당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안전관리 문제나 시공사의 관리·감독 권한 등에 관한 질문엔 "조사가 진행 중"이란 이유로 답변을 피했다.

권 사장의 입장 발표 직후 김완석 HJ중공업 대표이사도 현장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김 대표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된 유가족 여러분께 뼈를 깎는 심정으로 사죄한다"며 "마지막 실종자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김완석 HJ중공업 대표이사가 13일 울산화력본부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현장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5.11.13/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그러나 HJ중공업 측은 사고 관련 질의응답은 구조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에 진행하겠다며 김 대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원천 차단했다. 김 대표가 관계 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중이어서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설명도 있었다.

HJ중공업 측 관계자는 '뒤늦은' 사과와 그동안 언론 대응을 피한 이유에 대해선 "사고 수습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구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느라 대응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동서발전과 HJ중공업은 이날 사과문 발표 과정에서도 서로 조율·소통이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동서발전 측의 사과문 발표 준비 중 HJ중공업도 그 옆에서 사과문을 준비하자 동서발전 측 관계자가 "왜 우리가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에 같이하려고 하느냐"며 따져 묻는 장면이 취재진에 목격된 것이다.

양측 관계자들은 짧은 시간 동안 설왕설래를 이어가며 서로를 향해 손짓을 하거나 얼굴을 찌푸리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결국 두 회사 대표가 각각 사과문을 읽는 방식으로 정리됐지만, "양측이 이번 사고 발생 후 대응과정에서도 원활히 소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현장에선 이날도 매몰 위치를 찾지 못한 실종자 1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수색에는 구조대원 등 100여 명과 구조견, 드론, 영상탐지기가 동원됐다.

minjum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