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 4·6호기 해체 결정에 피해자 가족 '대승적 결단' 있었다
피해자 가족들과 신뢰 쌓으며 '보일러 타워 해체 필요성' 설득
"시간 더 지체하기보다 빠르게 구조해 달라" 전향적 입장 보여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당국의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4·6호기 발파 해체 결정까진 5호기 붕괴 피해자 가족들의 대승적인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수습 태스크포스(TF)팀 단장인 김태선 의원은 10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구조대원 투입을 일시 중단하고 양옆 타워를 먼저 해체하는 것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염려스러웠다"며 이 같은 내부 사정을 전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사고 발생 후 초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난 피해자 가족들은 "왜 이렇게 구조가 늦어지느냐"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느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당시 현장 구조대원들은 기어서 들어가기도 힘든 구조물 속에서 뒤엉킨 철골 잔해를 손으로 일일이 잘라내며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특히 현장에 중장비를 투입하기 위해선 무너진 보일러 타워 5호기 양옆의 4·6호기에 대한 해체가 필요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었다. 해당 타워 역시 철거 전 구조물을 미리 절단하는 '사전 취약화' 작업이 각각 100%, 75% 진행돼 추가 붕괴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문가들과 함께 4·6호기 보강 또는 해체 여부에 대한 회의를 여러 차례 거쳤다. 문제는 피해자 가족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김 의원은 "정부가 피해자 가족들과 먼저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어떤 선택지든 시간과 안전의 딜레마가 있기 때문에 가족들 판단을 기다리자는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중수본 회의에 참석한 김태선 의원과 같은 당 김상욱 의원은 구조를 기다리는 가족들과 여러 차례 만나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일부 가족은 '해체 작업을 하면 구조 시간이 더 지체되진 않을 지'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 10여명이 가족들에게 보일러 타워 해체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자, 한 피해자 가족이 먼저 "시간을 더 지체하기보다 위험하더라도 해체해 빠르게 구조해달라"며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중수본은 사고 다음 날인 지난 7일 오후 11시 피해자 가족 대표가 참여한 회의에서 보일러 타워 4·6호기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진행된 회의에도 이번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참석해 구조 상황이나 해체 작업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노동부 김 장관은 앞서 "앞으로의 모든 구조 과정은 가족들과 함께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잔해 속에 묻혀 있는 노동자 4명의 가족들은 여전히 현장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타지에서 온 경우가 많아 중수본에서 지원한 인근 호텔에서 숙식 중이다.
중수본은 보일러 타워 6호기 취약화 작업까지 마무리되는 대로 4·6호기에 폭약을 설치해 발파 해체할 예정이다. 이들 타워 해체가 완료되면 5호기 잔해를 들어내는 구조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6일 오후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선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붕괴하는 사고로 7명이 매몰됐고, 이 중 3명이 사망했다. 나머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2명과 실종된 2명 등 4명이 아직 현장에 매몰돼 있는 상태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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