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전기차 배터리 수명 2.8배 늘리는 반고체 전해질 개발"

안트라센 기반 젤 전해질의 작용 원리 그림.(UNIST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안트라센 기반 젤 전해질의 작용 원리 그림.(UNIST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장거리 주행 전기차 배터리인 '고전압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고 폭발 위험은 줄이는 젤 형태 물질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송현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과 정서현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황치현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박사팀이 배터리를 고전압으로 충전할 때 전극에서 활성산소가 새어 나오는 반응을 원천 봉쇄하는 '안트라센 기반 반고체 젤 전해질'(An-PVA-CN)을 개발했다고 4일 UNIST가 밝혔다.

고전압 배터리는 4.4V 이상 전압으로 충전되는 리튬이온전지로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어 배터리팩을 가볍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충전 전압이 높을수록 하이니켈 양극의 산소가 불안정해지면서 '일중항산소'라는 활성산소로 변해 빠져나오고, 이 활성산소는 가스를 발생시켜 배터리 폭발 위험을 높이고 수명도 단축한다.

이번에 개발된 전해질의 '안트라센'(An)은 전극 표면의 불안정한 산소와 결합함으로써 불안정한 산소끼리 결합하는 반응 단계를 차단한다. 또 이 안트라센은 이미 생긴 활성산소까지 포획해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왼쪽부터 송현곤 UNIST 교수, 정서현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황치현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박사, 이정인 UNIST 연구원(제1저자)(UNIST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전해질의 또 다른 성분인 니트릴(-CN) 작용기는 양극의 니켈 금속을 안정화해 니켈이 녹아 나오거나 양극 구조가 변형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번 연구 제1저자인 이정인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활성산소의 발생 단계 자체를 차단했다는 게 차별점"이라며 "기존에는 활성산소가 이미 생긴 뒤 항산화 물질로 사후 중화하거나, 전극을 조작해 산소 발생을 억제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새 전해질을 적용한 배터리는 4.55V 고압 충전 조건에서 500회 충·방전 후에도 초기 용량의 81%를 유지했다. 이는 기존 배터리보다 수명이 2.8배 늘어난 수치다. 또 배터리 팽창의 원인이 되는 가스 발생도 크게 억제됐다.

송 교수는 "고전압 배터리의 산소 반응을 전해질 설계 단계에서 직접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이 원리는 향후 우주항공용 경량 리튬이온전지와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5일 에너지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 온라인판에도 게재됐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