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나라 돌아가"…국내 캄보디아인들 '차별·혐오'에 불안

주한대사도 "범죄 사건으로 이미지 왜곡될까 우려"
울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 "이해·신뢰로 함께 살아야"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버스에서 내려라.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캄보디아로 출국한 한국인들이 현지에서 납치·감금 등 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최근 울산 거주 캄보디아인들이 조롱과 폭언 등 '국적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부의 범죄가 캄보디아인 전체에 대한 차별로 번져선 안 된다'는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울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민자 A 씨는 시내버스에서 한국인 B 씨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B 씨는 A 씨 외모를 보고 국적을 물은 뒤 "캄보디아에서 왔다"는 답을 듣자, "캄보디아 사람이면 당장 버스에서 내려라" "왜 너희 나라로 돌아가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당시 A 씨는 큰 충돌을 피하려고 침묵한 채 자리를 지켰다고 했다.

울산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캄보디아인 근로자 C 씨도 최근 한국인 동료 D 씨로부터 "캄보디아 때문에 한국인이 고통받고 있는데 밥이 넘어가냐" "캄보디아인들 때문에 한국인이 피해를 본다"는 등의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C 씨는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D 씨를 피해 다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국내에서 캄보디아인에 대한 차별 사례가 잇따르자, 주한캄보디아대사관에서도 2차 피해 방지에 노력하는 모양새다.

지원센터에 따르면 쿠언 폰러타낙 주한캄보디아대사는 지난 12일 울산에서 자국 교민들을 만나 "최근 범죄 사건으로 인해 한국 내 캄보디아인 이미지가 왜곡될까 봐 우려된다"며 "한국의 법과 규칙을 철저히 지키고 근면한 모습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울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는 캄보디아인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카드뉴스와 영상을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

박유리 센터장은 "울산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캄보디아인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오해보다 이해로, 불신보다 신뢰로 함께 살아가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울산 거주 캄보디아인은 △2023년 766명 △2024년 1089명 △2025년 1210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