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스캠’ 범죄 조직 총책 검거했는데 캄보디아 정부가 송환 거부
범죄수익만 120여억원…54명 검거·34명 구속
‘캄’ 정부 비협조로 현지 체포 총책 부부 송환 난항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노린 납치·감금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울산경찰이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로맨스 스캠' 범죄조직 일당 수십명을 추가 검거했다.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범죄단체 가입·활동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등 혐의를 받는 범죄 조직원 54명을 검거하고 이 중 34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해외 체류로 미검거 상태인 29명 중 14명에 대해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나머지 1명은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범행 총책 등을 대상으론 재산 처분을 차단하는 '은색 수배'를 추가 발령했다.
앞서 지난 4월까지 입건된 캄보디아 범죄조직원 45명에 이어 최근 추가로 입건된 38명을 합치면 경찰이 파악한 조직 규모는 총 83명에 이른다.
해당 조직은 작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0여명을 상대로 연애를 빙자한 주식·가상화폐 사기를 벌여 총 120여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딥페이크로 가상의 여성을 만들어 피해자들과 영상 통화를 하거나, 실존하는 투자회사의 가짜 투자사이트를 만드는 등 범행 수법도 치밀했다.
조직은 SNS상에서 '고수익 알바'를 미끼로 범행에 가담할 조직원들을 모집했다. 현지 사무실에서 합숙 생활 중인 조직원들의 여권과 휴대전화를 뺏거나, 외출이나 휴식을 통제하기도 했다.
해당 조직에서 1차 유인책 '채터'로 일하다 탈출한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시키는 대로 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캄보디아 여행 중 돈이 부족했던 A 씨는 텔레그램 '캄보디아 정보방'에서 본 알바 구인 글을 보고 조직을 찾아갔다가 "여자인 척해서 돈을 뜯어내는 일을 한다"는 설명을 듣게 됐다.
이에 놀란 A 씨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자 조직으로부터 "들어올 때는 스스로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마음대로 못 나간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전기 충격기로 지지겠다"는 협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지난해 8월 3일 외출 나간 틈을 타 여권과 휴대전화도 없는 상태로 도망갔고, 긴급 여권을 발급받아 같은 달 7일 입국했다.
울산경찰은 이들 조직의 자금 세탁을 담당한 B 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한 상태다. B 씨 등은 암호화폐로 건네 받은 범죄 수익금을 법인 계좌를 통해 현금으로 바꾸는 수법으로 지난해 12월 한달간 180억원의 자금을 거래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총책인 C 씨 부부는 올해 초 캄보디아에서 체포됐으나 현지 사법 당국의 협조가 지연되면서 국내로 송환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캄보디아 시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는 현지 정보원의 첩보도 입수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정부에서 범죄자들에 대한 송환 협조를 거부하고 있어 해외에 체류 중인 미검거 조직원들에 대해선 인터폴 수배가 아닌 다른 검거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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