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관행'이란 이름의 공무원 강제 동원 "이젠 그만!"

9일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일원에서 2019 울산고래축제가 열리고 있다.(울산 남구 제공) 2019.6.9/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9일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일원에서 2019 울산고래축제가 열리고 있다.(울산 남구 제공) 2019.6.9/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울산 남구청이 '의전' 문제로 또 도마 위에 올렸다. 고래축제 개막식에 공무원 약 300명을 '1대 1 의전'에 투입하려다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을 산 것이다.

남구청은 이미 6월 '수국 축제' 때도 비슷한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에도 직원들의 극심한 반발에 의전을 철회했던 남구청이 또다시 의전으로 논란을 산 것이다.

남구청은 최근 내부 공문을 통해 '1대 1 의전' 대상자와 교육 일정을 통보했다. 여기엔 약 300명의 공무원이 포함돼 있었다. 이 사안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자 남구청 총무과의 해명은 '관성적'이었다. 총무과 관계자는 "예전부터 늘 있었던 일"이라며 "의전에 걸리는 시간이 10분도 채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10분'을 위해 수백 명의 직원이 평일에 자리를 비우고 교육에 참석하고, 행사 당일엔 장생포 행사장까지 왕복 40여 분을 차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행정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문제의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확산하자 남구청은 결국 의전 교육과 1대 1 의전을 취소하기로 했다. 그러나 남구청의 이 같은 결정은 그저 '논란'을 의식한 데 따른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많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의전을 이유로 공무원들을 강제 동원하고, 이를 '늘 해온 방식'이라며 정당화한 행정 문화에 있다. 행정 최일선의 공무원들을 내세워 내빈을 맞이하는 게 '관례'란 낡은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각 지자체의 '축제'는 주민을 위한 것이다. 주민들이 즐기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게 그 목적이다. 그러나 지자체 공무원들이 축제 의전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가 늘어난다면 그 피해도 결국 주민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남구청이 진정으로 돌아봐야 할 것은 행사의 격을 높이기 위한 형식적 의전이 아니라 주민을 위한 행정과 행사다. '보여주기'식 관행에 기대지 않고,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행정과 행사의 질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이게 바로 이번 논란에서 남구청이 얻어야 할 교훈이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