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10만원도 못 벌어요."…발길 끊긴 성남동 지하상가 가보니

유동인구 줄고 온라인 쇼핑에 밀려

18일 오전 울산 중구 '성남동 남성복 전문 상가'가 한산하다. 2025.9.18. ⓒ 뉴스1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한 달에 10만원도 못 버는 달이 대부분입니다."

18일 오전 울산 중구 한 지하도의 '성남동 남성복 전문 상가'. 40여년간 옷 가게를 지켜온 김영자 씨(가명)는 텅 빈 상가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옷 두세 벌도 못 팔아 문 닫은 점포가 3곳이나 된다"며 "상인들 대부분이 고령인데 우리가 그만두면 새로 들어올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상가에서 한 시간 가까이 머물렀지만, 가게를 찾거나 지하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문을 연 점포에는 적막이 감돌았고 몇몇 상인은 바닥을 닦거나 문을 닫은 점포 앞에 옷가지를 내걸며 손님을 기다렸다.

이날 상가 10곳 가운데 점포 5곳은 셔터를 내린 상태였다.

김 씨는 "의외로 IMF 사태 때 장사가 잘됐다. 외환위기였지만 이곳은 오히려 전성기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하루 종일 손님 한 명 없는 날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성남동 남성복 전문 상가는 주민들 사이에서 '성남동 지하상가'로 불린다. 정확한 기록이 없어 조성 시점은 알 수 없지만, 1970년대 지하도가 만들어지면서 상가도 같이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김 씨에 따르면 상가 조성부터 1980년대까지 식당, 분식집 등 다양한 가게가 있었다. 1990년대부터 서울·대구에서 들여온 옷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온라인 쇼핑과 값싼 해외 의류 공세에 밀려 상권은 쇠락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동선이 끊긴 것도 쇠락의 요인이다. 울산교와 젊음의 거리를 잇는 지하도 위로 횡단보도가 생기자 굳이 지하를 거치지 않아도 되면서 유동 인구가 급격히 줄었다.

김 씨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횡단보도가 없어 모두 지하도를 거쳐야 했다"며 "지금은 지하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20여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박권수 씨(57)는 "지금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동맥경화'다. 돈이 돌지 않아 답답하다"며 "손님이 줄어든 건 온라인 쇼핑과 경기 탓도 있지만 우리가 유행을 제대로 못 따라간 것도 있다"고 했다.

박 씨는 "경기가 회복되면 장사가 나아질 수 있겠지만 그 전에 SNS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해당 구가 지역구인 중구의회 김태욱 의원은 "현재 상가 상황이 어려운 것을 알고 있다"며 "현장에 나가서 상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