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구슬땀 흘리며 고군분투…울산 바다, 해양 쓰레기와 '사투'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네요."

30일 울산 북구 강동 몽돌해변 입구에 해양쓰레기 수거용 마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곳에서 '바다환경지킴이' 2명이 땡볕 아래 구슬땀을 흘리며 마대를 단단히 묶고 있었다.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던 박갑수 씨는 "2월부터 11월까지 기간제로 일을 하는데, 여름철만 되면 쓰레기가 평소보다 두세배는 더 많다"며 "특히 주말에 집중적으로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사이 해변을 찾은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수거하니 마대 14개가 나왔다. 이렇게 북구 해변에서만 매주 평균 마대 150개가량이 수거된다고 한다.

박 씨는 "집에만 있으면 할 일이 없지만, 이렇게 땡볕 아래에서 일하면 활력도 생기고 돈도 벌고 재밌다"며 "기간제 일자리지만 우리 같은 나이대에는 경쟁률도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쓴 박 씨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작업을 이어갔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날 울산의 낮 최고 기온은 32.6도를 기록해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돌았다.

이들은 안전을 위해 50분 동안 외부에서 작업을 하고 나머지 10분 정도는 그늘이나 휴게실에서 틈틈이 휴식 시간을 가진다.

동료 작업자 김순연 씨는 "쓰레기를 아무리 수거해도 까마귀들이 마대를 자꾸 뜯어서 골치 아프다"며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다시 가져가 주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와 함께 쓰레기 수거 현장을 따라가 보니 주로 페트병 같은 취사 쓰레기가 대부분이었고, 나뭇가지나 미역 부스러기 등이 파도에 떠밀려 오는 경우도 많았다.

김 씨는 이를 "바다가 자기 살려고 토해내는 쓰레기"라고 표현하며 "바람이 강하게 불면 더 많이 나오는데 일일이 건져서 마대에 담고, 도로까지 옮겨야 해서 번거롭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동구 주전 몽돌해변에서도 바다환경지킴이들이 수거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오토바이까지 동원하며 해변 구석구석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분주하게 주워 담았다.

이처럼 지자체는 '바다환경지킴이' 제도를 통해 기간제 근로자를 선발해 평일 8시간씩 해양 쓰레기 치우고 있다.

해양 쓰레기는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면 전용 차량이 수거한다. 일반 쓰레기와 달리 염분이 묻어 일반적인 소각과 매립,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바닷가를 끼고 있는 동구, 북구, 울주군에 총 38명의 바다환경지킴이가 근무하고 있다.

반면 매년 울산에서 수거되는 해양 쓰레기는 2000~3000t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24년 2000t, 2023년 2500t, 2022년 3000t으로 집계됐다.

바다환경지킴이는 국·시비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수거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북구는 '해양 쓰레기 수거 및 처리' 조례를 자체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