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전 환매' 믿었다가 날벼락…아파트 분양자들 '발동동'

이달 말 입주 앞두고 시행사 '연락 두절'…분양자 집단 소송 준비
"최근 환매 조건 분양 재등장…대출 부담은 계약자가 떠안아"

A 아파트 수분양자가 체결한 계약금 원금 보장증서에 '사업주체, 즉 시행사가 지정한 기간 내 환불 접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수분양자 B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울산의 한 신축 아파트 시행사가 '입주 전 환매' 조건을 내걸고 분양했다가 입주를 일주일 앞두고 잠적해 수분양자들의 집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말 입주를 앞둔 울산 북구의 A 아파트는 2023년 분양 후 미분양이 지속되자 '입주 전 환매'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입주시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을 경우 시행사가 분양권을 다시 사들이고, 계약금 절반과 중도금 이자도 대신 내준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오는 31일 입주를 앞두고 시행사가 돌연 수분양자들의 연락을 안 받으면서 환매 시기나 절차가 불분명해졌다.

계약서에 따르면 시행사는 최초 입주일까지 환불 접수 신청을 받고, 입주 종료일부터 3개월 안에 계약금을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환매 서류 작성이나 분양 계약 해지일은 명시되지 않았다.

특히 최초 입주일부터는 수분양자가 중도금 대출 이자를 전부 부담해야 해, 시행사 대응이 늦어질수록 수분양자의 이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정이다.

지난해 이 아파트를 계약한 B씨는 뉴스1에 "입주 통지를 받으면 환매 신청을 하면 된다고 해서 계약했는데, 환매 신청을 하려해도 시행사가 연락을 안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당장 다음주부터 입주가 시작되면 34평 기준 중도금 대출 이자만 한달에 140만원 가까이 나가게 된다"며 "일반인은 쉽게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A 아파트 중도금 대출 규모는 적게는 2억여원에서 많게는 3억여원에 달한다. 아파트 분양 가구 총 352세대 가운데 환매를 조건으로 분양한 가구가 100여세대로 추정된다.

이에 B씨를 비롯한 수분양자들은 시행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22일 A 아파트 분양 시행사 사무실 문이 굳게 잠겨있는 모습. 문에는 일주일 전 우편물 도착 안내서만 붙어 있다.2025.7.22./뉴스1 김세은 기자

뉴스1은 시행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일주일 전 우편물만 남아 있었다.

인근 상가 관계자는 뉴스1에 "이 사무실에 직원들이 출근 안 한지 좀 됐다"며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발표한 시점부터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2023년 이후 아파트 미분양이 늘면서 '환매 조건부 분양' 계약이 재등장했다고 보고 있다. 분양하면 중도금 대출로 공사는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강진 변호사(법무법인 제성)는 뉴스1에 "과거엔 살아보고 나서 돈을 돌려주는 사례가 많았는데, 최근엔 시기가 앞당겨져 입주 전부터 환매 요구가 가능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불 신청 기간이 지나면 환불이 어려운데, A 아파트 사례처럼 환불 시기를 미공지하면 문제가 된다"며 "시행사가 파산할 경우 법원에서 승소하더라도 돈을 회수하기 어렵고, 중도금 대출을 계약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A 아파트를 건설한 시공사도 아직 공사 대금을 다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뾰족한 대책이 없으면 피해는 오롯이 수분양자들만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시공사로서 시공 책임을 다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행사와 분양자 간 계약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길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만 밝혔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