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을 행복으로" 저장강박 치료 거부하던 남편 놀라운 변화
울산 남구 저장강박 가구, 통합사례관리 받고 극복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내 이웃의 안부를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7일 울산 남구에 따르면 최근 서동욱 구청장실로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손편지 3장이 전달됐다. 자신을 가정주부라고 밝힌 남구 주민 A씨가 보내온 편지였다.
A씨의 편지에는 십수 년째 저장강박증 치료를 거부했던 남편이 남구의 통합사례관리 덕분에 치료받기 시작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지난해 9월 남구의 '베스트 행정서비스의 날' 찾아가는 복지상담부스에서 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속사정을 털어놨다.
저장강박증을 가진 A씨의 남편은 집안에 더 이상 물건을 들일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창고 여러 개를 임대해 A씨의 동의 없이 대출까지 받아 임대료를 냈다고 한다.
당시 상담을 했던 갈도원 통합사례관리사는 다음날 A씨의 가정을 방문해 초기상담을 진행했다.
A씨의 집은 방 2칸과 거실, 부엌으로 이뤄져 있는데, 방문 당시 방 1칸은 물건이 가득 적재돼 있어 방문조차 열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방과 거실, 베란다에도 물건들이 빼곡히 쌓여 있어 거실 한 켠만이 A씨의 유일한 생활공간이었다.
통합사례관리사는 곧바로 A씨의 남편과 1대1 상담을 통해 통합사례관리 개입, 정신과 전문의 진료, 종합 심리검사를 위한 병원 예약을 진행했다.
한 달 뒤 A씨의 남편은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인식하면서 치료에 적극 임하기 시작했다. 그는 진료 날짜를 달력에 기재하고, 제시간에 약물을 복용하는 등 변화를 보였다.
5개월이 지난 현재, A씨는 남편이 베란다 서랍 한 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남구 희망복지지원단에 전했다.
서동욱 남구청장은 “지금은 베란다 서랍 한 칸에서 시작하지만 차츰 방의 한 구역, 그다음에는 한 공간을 넓혀가며 비워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빈 공간에 불안이 아닌 마음의 여유와 행복으로 채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남구는 저장강박위기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가구 당 200만 원 이내로 특수청소비를 지원하고 있다.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전문의 치료와 민간 자원을 연계해 청소에서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 회복까지 지원한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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