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체전 금메달리스트 왜 ‘성폭행범’으로 몰렸나

울산 북구 A복지원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 학생들이 2차 재조사를 마친 뒤 직접 작성한 자술서. © News1 임성백 기자
울산 북구 A복지원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 학생들이 2차 재조사를 마친 뒤 직접 작성한 자술서. © News1 임성백 기자

“밤에 잠도 못자고 자살까지 생각했어요.”

울산 북구 A복지원 일부 원생들이 인권실태 2차 조사과정에서 억울하게 ‘성폭행 범’으로 몰렸다며 진실 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미래의 장애인체육 지도자를 꿈꾸는 김석헌(가명·20·청각장애 2급)군.

그는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역도 부문 금메달을 땄을 뿐 아니라 지난 1월에는 지역 스키·스노보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만큼 선천적 장애를 스스로 힘으로 극복해, 청각 장애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는 주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얼마 전에는 후배들과 북구 A복지원 청각장애 비보이 팀을 구성해 함께 이달 초 방송 예정인 모 공중파방송국 인기 TV프로그램에 출연, 가슴 찡한 댄스를 선보였다.

그는 인권실태 2차 조사에서 “조사원이 ‘후배 xx에 OO넣었냐’라고 물어서 아니라고 말했지만 조사자는 계속 의심어린 표정으로 똑같은 질문을 1시간 가까이 계속했다”며 “조사원이 후배가 이미 말했다며 계속 아니라고 하면 학교를 폐쇄할 것이라고 해 친구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하지도 않은 성폭행 사실을 인정했지만 지금은 너무 억울하고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김 군은 이렇게 작성된 2차 보고서(2차 조사를 받은 것으로 허위 기록된)에 김 모군의 성폭행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는 이유로 북구청이 수사를 의뢰 명단에 포함돼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자신과 같은 청각 장애인들에게 체육을 가르치는 지도자의 꿈을 접을 위기에 높인 김 군은 진술서에서 성폭행 혐의를 인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뒤 자신의 억울함을 꼭 풀어달라고 하소연 했다.

김 군처럼 2차 보고서에서 성폭행 가해자로 분류된 학생들도 억울함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김 군의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임재혁(가명·17)군은 “성폭행 사실을 부인했지만 조사자는 이미 후배들이 자신에게 고발했다”고 말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어이없고 진짜 억울했다”고 자술서를 통해 밝혔다.

이은범(가명·18)군 또한 김 군의 성폭행 가해자로 몰려있다.

이 군은 자술서에서 “조사원이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면 얼굴을 찡그리고 의심하는 눈빛을 했다”며 “(자신의 결백을 믿지 않는 조사원의) 눈을 찌르고 얼굴을 부수고 싶었다”고 썼다.

특이한 점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3명 모두가 인권실태 1차 조사에서 유일하게 성폭행 가해자로 확인된 김 군을 성폭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김군은 실제 조사를 받지 않았는데도 2차조사를 통해 다른 가해자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돼 있어 2차 보고서 자체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인권실태 2차 조사 뒤 정신적 충격으로 모두 1~2개월간의 정신 치료 진단을 받았다.

이들을 치료한 담당의사는 진단서를 통해 “(인권실태 2차) 조사 결백을 주장함에도 성폭력 혐의에 대해 반복적인 추궁을 받은 기억에 대한 위압감, 수치감, 분노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평소와 달리 의욕 저하, 대인관계 불안, 추후 조사에 대한 공포심을 호소 약 1~2개월간의 약물 및 상담 치료를 요한다“고 밝혔다.

울산의 한 심리전공 의사는 “성폭행 가해 여부는 조만간 경찰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각종 조사과정에서 이들이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지역 스키·스노보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석헌(가명·20·청각장애 2급)군. 그는 현재 자신의 동료를 성폭행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News1

bluewater20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