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시대 실속파 '주당'들, '콜키지 프리'로 몰린다

손님 반입 주류, 무료로 음주 허용 식당늘어
술값 부담 덜수 있어 소비자들 갈수록 선호

11일 오후 울산 삼산동 G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이 외부에서 가져온 와인을 곁들여 식사를 하고 있다.2023.3.13/뉴스1 ⓒ News1 김지혜 기자

(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울산에 ‘콜키지 프리(Corkage Free)’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소주, 맥주 등 그나마 저렴하게 즐기던 서민들의 술값이 크게 치솟자 울산 소비자들이 ‘콜키지 프리(Corkage Free)’ 식당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

‘콜키지 프리(Corkage Free)’란 일반 식당이나 고깃집에서 식사를 할 경우, 가게에서 판매하는 주류를 구매하는 것이 아닌 직접 가져간 주류를 추가 요금 없이 마시도록 허용한다는 뜻이다.

보통 4000~6000원에 판매하는 소주를 ‘콜키지 프리’에서는 고객이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1900원대에 구매해 가져갈 수 있다.

소비자 물가의 상승에 지갑이 더욱 얇아진 ‘주당’들이 술값 부담을 덜 수 있는 ‘콜키지 프리’ 식당을 갈수록 선호하고 있다.

이런 ‘콜키지 프리’ 식당의 인기는 포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12일 포털사이트에 ‘울산 콜키지 프리(Corkage Free)’를 검색하면 ‘울산 콜키지 프리 맛집 공유’ ‘울산 콜키지 프리 000고깃집(상호)’ 등 관련 게시글이 수두룩하니 넘쳐난다.

피자, 파스타를 주요 메뉴로 팔고 있는 울산 산산동 G레스토랑.

울산에서 이르게 ‘콜키지 프리’를 도입해 이름을 알린 이 레스토랑을 10일 오후 8시께 찾았다.

G레스토랑 사장은 “손님들이 술값 부담없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자는 서비스 차원에서 '콜키지 프리'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손님들이 찾아오는 동안엔 계속 '콜키지 프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레스토랑에서 만난 김 모씨(24)는 “요즘 식당에서는 소주도 1병에 5000~6000원, 글라스 와인 1잔도 보통 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4명에서 와인 한 잔씩만 먹어도 와인 한병값이 우습게 나간다. 친구들이랑 모임 할 땐 와인을 미리 구매해서 '콜키지 프리' 가게를 찾아서 마시는게 훨씬 경제적이다”며 무료 콜키지(Corkage)를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울산 시민 박모씨(29)는 “원래 내추럴 와인(생 포도주)을 좋아하는데 울산에는 식당에서 취급하는 가게가 별로 없지만 최근 ‘콜키지 프리’를 하는 가게가 늘면서 내가 좋아하는 내추럴 와인(생 포도주)을 마음껏 가져가 친구들과 마실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 울산에는 ‘콜키지 프리’ 가게가 많지는 않아서 조금 멀리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콜키지 프리’를 운영하는 가게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콜키지 프리’를 운영하는 울산 삼산동 O고깃집 주인은 “원래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보니 손님이 술을 외부에서 사 와서 마시면 아무래도 가게의 이익 측면에서는 손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주류 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가게에 고기를 먹으려 오려는 손님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콜키지 프리’를 도입해 보니 이를 보고 찾아와주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고기 판매량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자영업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 고깃집과 ‘주당’들이 ‘콜키지 프리’로 상생에 성공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O고깃집 주인은 “주류 판매 위주의 요식업 시장이 형성돼 있는 분위기에서 ‘콜키지 프리’를 제공함으로써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외부 주류를 손님들이 자유롭게 가져와 마시는 새로운 요식 문화 형성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울산 지역 식당가를 중심으로 ‘콜키지 프리’ 가게가 늘어난 데는 이전과 달라진 자신의 취향을 소비에 반영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소비 패턴과 관련 있다.

과거 술을 곁들일 수 있는 식당은 주로 소주와 맥주, 막걸리 등 구비된 종류가 단조로웠다.

하지만 최근 연령, 직업,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술은 두 손에 꼽기도 힘들 지경이다.

100년 가까이 서민들의 애환을 달려주던 소주도 전통방식을 고집해 만든 증류식 소주가 아닌 대량생산의 희석식 소주 수 십 종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소량 다품종의 수제 맥주들의 출시, 종류와 그 수를 짐작할 수 없는 다양한 와인류도 인기몰이 중이다.

가양주로만 불렸던 전통주의 복원, MZ세대의 위스키 열풍 등이 소비자 주류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소비자들의 기호를 모두 맞추기 위해 모든 종류의 주류를 구비하긴 힘든 게 현실이다.

따라서 요식업 업계에서는 “변화된 소비자들의 술 기호를 고려할 때 갈수록 ‘콜키지 프리’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으로 ‘콜키지 프리’를 제공하는 것이 꼭 자영업자 입장에서 실익만 있는 것도 아니다.

울산 매곡동에 위치한 M한우 가게에서는 ”개업 이벤트 차원에서 3개월 동안 ‘콜키지 프리’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M한우 가게 사장은 ‘콜키지 프리’가 고물가 시대 손님을 가게로 유인하는 효과는 분명있지만, 실제 수익에서 크게 재미는 보지 못했다고 한다.

‘콜키지 프리’로 제공한 와인잔이 너무 자주 깨지고, 아무래도 술 위주의 매상을 고기 위주로 바꾸려니 수익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M한우 가게는 현재 불가피하게 테이블당 상 차림 비용격으로 1만원의 비용을 받고 있다.

‘콜키지 프리’의 영향으로 주류 판매점도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콜키지 프리’레스토랑 인근에 위치한 B주류 판매점 사장은 “‘콜키지 프리’를 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 손님들이 종종 와인을 구매하러 온다”고 말했다.

jooji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