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의 영화읽기]투 마더스-삶, 파도에 맡기다
- 이상길 기자

(울산=뉴스1) 이상길 기자 = <투 마더스>에서 릴(나오미 와츠)과 로즈(로빈 라이트)는 엄마다. 둘 다 남자 아이를 하나씩 갖고 있다.
릴의 아들은 이안(자비에르 사무엘)이고 로즈의 아들은 톰(제임스 프레체빌)이다.
로즈에게는 지금 남편이 있지만 릴은 그렇지 않다. 릴의 남편은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어린 시절부터 늘 자매처럼 지내온 릴과 로즈, 그리고 형제처럼 지내 온 이안과 톰은 그렇게 언제부턴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로즈의 남편까지 꿈을 찾아 호주로 떠나고, 바다가 있는 그들만의 파라다이스에서 네 남녀의 삶은 평화롭기만 하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릴의 아들 이안은 오래 전부터 톰의 엄마인 로즈를 남몰래 연모했고, 파티가 있었던 어느 날 밤 수줍은 키스로 로즈에게 고백한다.
그리고 그것을 목격한 로즈의 아들 톰도 마치 복수하듯 릴 아줌마를 향해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한다. 마침내 릴은 톰과, 로즈는 이안과 연인이 된다.
삶은 허약하다. 다짐이나 계획, 약속, 지켜야 할 선(線) 등은 솟구치는 감정 앞에서 언제나 쉽게 무너지고 만다.
결국은 늘 술에 취해 산다. 굳이 술기운 때문이 아니더라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다.
고통은 거기서 시작되고, 그 지점에서 행복은 쾌락으로 변질된다. 그 원초적인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을 찾듯 쾌락을 찾는다.
하지만 쾌락은 위험하다. 언제나 짧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평화는 행복의 적(適)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언제부턴가 삶은 지루하다. 그래서 가슴 뛰는 모든 일이 곧 행복이 된다.
<투 마더스>에서 금기를 넘어선 두 엄마의 사랑이 그렇다. 평화로운 삶이 마냥 좋지만 그들에게는 늘 가족이나 우정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뜨거운 사랑이었고, 그들의 두 아들이 그것을 충족시켜준다.
허나 그것은 위험했다. 언젠가 끝이 날 거란 걸 자신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넘어버린 선(線)을 인정한 뒤 릴이 로즈에게 고백한다.
"사실 난 정말 오랜만에 행복했어. 하지만 두려워. 그래도 멈추긴 싫어."
하지만 바다는 결코 잔잔하지만 않다. 아니, 그들의 격렬하고 위태로운 사랑도 그냥 파도를 탄 것일 뿐이다.
격한 파도가 잔잔해질 때 쯤 릴이 로즈에게 다시 말한다.
"우리한텐 감정이 살아있단 게 중요했던 거야. 아직 그 감정을 느낀다는 게. 그 감정이 없었다면 난 아마 숨 막혀 죽었을 거야."
그렇다면 로즈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안과 함께 평화를 깨뜨린 장본인이지만 로즈는 가족과 우정이라는 선(線)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그 선을 다시 그어 버리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친구인 릴과 아들 톰이 몰래 그 선을 다시 넘어버리게 되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라는 릴의 진심 앞에 로즈는 오히려 선을 다시 그어버린 자신에게 잘못을 돌린다.
그 선은 전혀 다른 파멸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릴이 말한다. "제대로 행동한 건 너 하나 뿐이야."
하지만 로즈는 대답한다. "그래서 내 잘못인거지."
우리들 삶이 허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삶에는 어떠한 공식도, 규칙도 없기 때문이다. 정답도 없다.
우주의 일정한 규칙을 발견하려 했던 수많은 과학자들도 결국 지금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는 '카오스(Chaos) 이론'에 동조하고 있다.
이처럼 <투 마더스>는 흔해빠진 사랑 영화가 아니다. 사랑을 빗댄 우리들 삶에 대한 영화다.
그럼 이제 결론이다.
어쩔 수 없이 선을 끝없이 넘었던 릴과 그 선을 다시 그으려 했던 로즈, 아직 어린 만큼 그냥 자기감정에 충실할 뿐이었던 이안과 톰은 규칙도 공식도 없는 어지러운 삶 앞에서 이제 어떻게 할까.
그렇다. 그냥 누워버린다. 파도에 몸을 맡긴 채 그들은 그냥 누워버린다.
공교롭게도 이안과 톰은 또래 여자와 결혼해서 슬하에 딸을 하나씩 낳았다.
그렇게 삶은 반복되고 파도처럼 늘 일렁인다. 우리는 그냥 그 파도에 몸을 맡길 뿐이다.
8월22일 개봉. 러닝타임 1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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