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체육 불모지서 기적 캐는 울산 장애스키선수단-하
생업도 버린 지도자의 헌신적 교육기부, 금맥의 원천
지난해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알파인 스키 청각 장애 부문에 걸린 금메달 6개 중 5개 획득하며 최강자로 떠오른 울산 청각 장애 알파인 스키 선수단이 올해 대회에서의 호성적을 목표로 경남 양산 에덴벨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진영 코치가 훈련 과정에서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모습. © News1 노화정 기자
울산 장애 알파인 스키 선수들의 전국 최상위권 실력 보유는 선수의 스키 사랑 못지않게 지도자의 헌신적인 사랑도 큰 힘이 됐다.
울산 장애인 스키 선수단의 수석코치를 맡고 있는 울산스키클럽 소속 김진영(44)씨 이야기다.
김 코치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제1~4회 울산시장배 스키대회를 휩쓴 울산지역 아마추어 스키 최강자로 손꼽힌다.
메아리학교 설립자의 아들이기도 한 박설학 울산 장애인동계체육대회 스키 선수단 감독과는 코흘리개 시절 친구 사이다.
2006년 어느 날 메아리학교 학생들의 겨울철 스키 체험 및 지도를 원하던 박 감독의 술자리 구애를 김 코치가 승낙하면서 의기투합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김 코치는 지역 단체들을 돌아다니며 장애인의 스키 체험의 필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지만, 시선은 싸늘했다.
“장애인이 스키를 타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거라고 하더군요. 스키장에서도 돈을 준다고 해도 장애인들이 훈련을 하는 것에 대해 반기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이 생기고 시간만 지났는데 우리 선수들은 체계적 훈련 없이 체험 형식으로 스키를 타다가 대회에 출전했다 보더군요.”
지난해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알파인 스키 청각 장애 부문에 걸린 금메달 6개 중 5개 획득하며 최강자로 떠오른 울산 청각 장애 알파인 스키 선수단이 올해 대회에서의 호성적을 목표로 경남 양산 에덴벨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News1 노화정 기자
그러던 차에 2009년부터 김 코치가 의욕을 갖고 비록 겨울 2개월 정도지만 제대로 된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자처했다. 생업이던 화물차 운전을 내려놓고, 학생 지도에 나선 것이다.
"박 감독한테 체계적인 지원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통보하고 에덴벨리로 왔어요. 하지만 예산은 큰 숙제였죠."
김 코치와 선수단이 처음 에덴밸리로 왔을 때 콘도 하나가 지원됐다.
하지만 김 코치는 이를 사양했다. 2주간 콘도를 잡는데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이 비용은 리조트 앞 펜션의 쪽방을 빌리는 것과 함께 훈련에 반드시 필요한 스키 수리 장비를 사는 데 썼다.
열악한 생활이 이어졌다. 코치 1명에 선수 3명까지 4명이 1방에 합숙했는데 스키 가방 탓에 발 뻗을 공간도 없었다.
먹는 것도 역시 문제. 돈과 훈련 시간을 아끼려고 수시로 라면을 삶았다.
결국 김 코치는 그해 어느날 아침밥을 안치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지난해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알파인 스키 청각 장애 부문에 걸린 금메달 6개 중 5개 획득하며 최강자로 떠오른 울산 청각 장애 알파인 스키 선수단이 올해 대회에서의 호성적을 목표로 경남 양산 에덴벨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훈련을 마친 뒤 숙소에서 인터뷰 중인 김진영 수석코치. © News1 노화정 기자
"도저히 못 일어나겠더라고요. 생전 그렇게 아픈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몸살인지 뭔지 병원에 안 가고 끙끙 앓다가 다시 일어났으니 왜 그랬는지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영양실조였을까요?" 김 코치가 당시를 회상하며 껄껄 웃었다.
그래도 김 코치는 후회가 없다고 했다.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보람을 얻고, 그와 함께 즐거움을 얻는다고 했다.
장애인 학생들이 스키 문화를 접하면서 겨울에 뭔가를 할 게 있어졌다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둔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지도 중인 선수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 전국 수준에 이르거나 넘었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지도자 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즐거워했다.
김 코치는 끝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새 가족을 얻는 경사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여기 에덴밸리에 여학생들을 지도하러 오는 메아리학교 여선생님이 계시거든요. 열악한 우리 환경을 보면서 많이 도와 주셨는데 우여 곡절 끝에 지난해 저와 10월 결혼하게 됐죠. 80만원 들고 장가를 갔는데 받아 준 신부에게 큰 절을 했습니다."
지난해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알파인 스키 청각 장애 부문에 걸린 금메달 6개 중 5개 획득하며 최강자로 떠오른 울산 청각 장애 알파인 스키 선수단이 올해 대회에서의 호성적을 목표로 경남 양산 에덴벨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숙소에서 선수에게 자세 교정 지도를 하고 있는 김진영 수석코치. © News1 노화정 기자
생활비 수급에 대해서는 "비시즌, 그러니까 봄, 여름, 가을에는 일을 구하기도, 그만두기도 쉬운 덤프트럭 일을 새로 시작했다"면서 "선수 지도로 인해 일을 아예 끊는 겨울의 경우 덤프트럭 급여에 비하기에는 많이 모자라지만 장애인체육회 등으로부터 지원 받는 부분이 있어 생계는 잇는다"고 말했다.
박설학 감독은 “김 코치는 이미 아마추어 최강자로서 각종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했지만 선수 지도법을 익히려고 홀로 2주씩이나 강원도의 스키장을 찾는 등 여전히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면서 “제 친구라서가 아니라 정말 헌신적으로 몸 바쳐서 학생들을 성심껏 지도하고 있다. 우리 울산 스키 선수단은 김 코치의 존재 자체가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hor20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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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금메달 6개 중 5개 획득. 지난해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울산 스키 알파인 청각장애 선수단이 거둔 성적이다.
이 대회에서 울산 선수단은 합계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따냈는데, 모든 메달이 스키 알파인 청각장애 종목에서 나왔다.
예상치 못한 울산의 활약에 대회 직후 울산은 집중 견제의 주인공이 됐고, 일부 시·도에서는 합동 훈련을 제안하는 등 울산 장애인 스키의 위상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동계스포츠 불모지인 울산이 서울, 경기, 강원권 스키 선수단을 월등히 앞서며 금메달을 싹쓸이 한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