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체육 불모지서 기적 캐는 울산 장애스키선수단-상

즐기면서 하는 운동, 그 누가 따라오랴?

지난해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알파인 스키 청각 장애 부문에 걸린 금메달 6개 중 5개 획득하며 최강자로 떠오른 울산 청각 장애 알파인 스키 선수단이 올해 대회에서의 호성적을 목표로 경남 양산 에덴벨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훈련을 마친 뒤 기념촬영 중인 선수단. © News1 노화정 기자

청각장애 부문에 걸린 금메달 6개 중 5개 획득. 지난해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울산 스키 알파인 청각장애 선수단이 거둔 성적이다.

이 대회에서 울산 선수단은 합계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따냈는데, 모든 메달이 스키 알파인 청각장애 종목에서 나왔다.

예상치 못한 울산의 활약에 대회 직후 울산은 집중 견제의 주인공이 됐고, 일부 시·도에서는 합동 훈련을 제안하는 등 울산 장애인 스키의 위상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동계스포츠 불모지인 울산이 서울, 경기, 강원권 스키 선수단을 월등히 앞서며 금메달을 싹쓸이 한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 답은 운동 자체를 즐기고, 이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굳은 의지에 있었다.

지난 4일 오후 올해 동계장애인체육대회를 대비해 수도 없이 설산을 미끄러져 내리고 있는 울산 장애인 스키 선수단을 찾았다.

이들은 매일같이 경남 양산 에덴밸리 리조트의 설산을 물 찬 제비처럼 미끄러져 내리기를 반복한다.

지난해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알파인 스키 청각 장애 부문에 걸린 금메달 6개 중 5개 획득하며 최강자로 떠오른 울산 청각 장애 알파인 스키 선수단이 올해 대회에서의 호성적을 목표로 경남 양산 에덴벨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News1 노화정 기자

이날도 매섭게 몰아치는 강한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왔다갔다 기문을 살짝살짝 비켜 아래로 향한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계속 이런 훈련이 이어지고 야간에는 숙소 등에서의 이론 교육이 이어진다.

스키만을 위한 일정이 계속 이어지지만 스키만 탈 수 있다면 좋다는 선수들은 누구하나 불평, 불만 없이 즐겁게 훈련을 받아들이고 있다.

울산장애인 스키 선수단 박설학 감독은 선수들에 대해 자신들이 좋아서, 운동을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훈련 시간만큼은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그리고 진지하게 스키를 타고 있는데 이런 점이 강세를 보이는 원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 장애인 스키 선수단은 모두 메아리학교 선·후배 선수로 구성했다.

메아리학교 출신 박승호(26)씨를 비롯해, 고3인 정수환(21), 고1 이현엽(16), 중3 정은지(17·여)와 같은 학년 김미연(16·여) 등 5명이 24일부터 강원도 일원에서 열릴 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출전한다.

이 선수들은 봄, 여름, 가을에는 육상, 수영, 역도 등의 종목에서 활약을 펼치다 겨울이 되면 스키 종목으로 자신의 주 종목을 바꾼다. 그래서 체력 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특장점이다.

지난해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알파인 스키 청각 장애 부문에 걸린 금메달 6개 중 5개 획득하며 최강자로 떠오른 울산 청각 장애 알파인 스키 선수단이 올해 대회에서의 호성적을 목표로 경남 양산 에덴벨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스트레칭으로 훈련을 마무리하고 있는 선수단. © News1 노화정 기자

메아리학교와 울산시장애인체육회 등은 겨울방학에 날씨가 춥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학생들에게 2008년도부터 스키 캠프 등의 지도를 펼쳤고, 이 과정에서 메아리학교 학생들이 겨울 스포츠에 눈을 떴다.

박 감독은 “겨울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보통 방학기간 집으로 가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운동을 하면서 심심하다는 생각을 아예 가질 수 없을 만큼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스키 타기가 장애 학생들의 정서 순화는 물론, 진로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 가끔 ‘스키 그만 타고 가자’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을 가장 듣기 싫은 말로 꼽을 만큼 선수들이 스키 타는 걸 즐긴다”며 “입문 때는 조금 힘겨워 하다가도 익숙해지면 아무리 말려도 스키 타기를 멈추질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스키 청각 알파인 종목 회전과 대회전, 복합 종목을 휩쓸며 무려 3관왕에 등극한 정수환 선수는 장래 희망을 묻자 두 번 생각 않고 “국가대표”라고 답했다.

정수환 선수는 앞으로 국가대표로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지난해 3관왕에 오른 바람에 올해는 각 시·도의 타도 대상이 됐지만 훈련을 거듭하면서 일반 엘리트 선수들을 위협할 만한 실력을 갖추게 돼 올해 역시 다관왕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에서 알파인 스키 청각 장애 부문에 걸린 금메달 6개 중 5개 획득하며 최강자로 떠오른 울산 청각 장애 알파인 스키 선수단이 올해 대회에서의 호성적을 목표로 경남 양산 에덴벨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News1 노화정 기자

올해 고3인 정 선수는 2월에 졸업을 하면 대전이나 대구지역 직업능력개발원과 메아리학교와의 취업 연계 프로그램에 따라 취업이 곧바로 가능하지만 운동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전문대학 수준의 과정인 전공과를 2년 더 다니기로 했다.

그러면서 여름에는 역도, 겨울에는 스키를 계속하고, 이후에는 후배 양성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미 메아리학교에는 역도 종목의 최재훈 선수가 코치로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이를 본 받아 스키 종목의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란다.

역도 실력 역시 수준급이다. 정 선수는 지난해 동계체육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뒤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는 역도 부문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아울러 박승호씨의 경우 2010년 제7회 대회 청각부문 스키 종목에서 울산의 장애인동계체육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 1개를 따낸 선수다. 봄, 여름, 가을에는 수영 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hor20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