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아이디어가 서울시를 바꾼다"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사는 디자이너 김주민(가명)씨는 매주 화·목·일요일 저녁이면 집 앞에 나설때마다 인상이 찌푸려진다. 집 앞 골목에 무단투척한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에는 깔끔하게 분리수거함이 있지만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이 몰려 있는 동네에서는 수거일마다 내다놓은 쓰레기봉투가 터지기라도 하면 거리가 난장판이 되기 일쑤다.
보다 못한 김씨는 동네에 설치할 '전봇대 팝업분리수거함'을 그려 서울시가 시민 아이디어를 모으는 '천만상상 오아시스 2.0' 홈페이지(oasis.seoul.go.kr)에 올렸다.
서울시는 전봇대에 고정할 수 있어 관리가 용이한 김씨의 아이디어를 채택해 예산을 확보하고 세부검토를 거쳐 시행해 볼 계획이다.
◇ '천만상상 오아시스 2.0'...시민 아이디어의 보고(寶庫)
10월 말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하도록 전면 개편된 시민제안 사이트인 '천만상상 오아시스 2.0'(이하 천오 2.0)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천오 2.0'에 올라온 시민제안은 2주 동안 온라인 시민투표에 부쳐져 10표 이상을 획득하면 담당부서에서 실행여부 검토에 들어간다.
시민들도 댓글을 달아 아이디어를 보완하고 담당공무원이 현실에 맞게 문제점을 개선하는 식으로 제안을 발전시킨다.
'천오2.0'이 오픈된 10월 3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올라온 시민제안은 모두 498건으로 이 중 139건이 10표 이상의 지지를 받아 담당부서가 실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4건은 아이디어도 좋고 실현가능성도 높아 서울시도 실행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 시민이 시장이다…시민이 낸 반짝이는 아이디어 시정에 적극 반영
'천오2.0'에 올라오는 시민제안은 기발하면서도 의미 있는 것들이 많다. 아이디 'oh7001'은 매월 첫째 토요일을 25개 자치구의 공통 직거래 장날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구청마다 직거래장터를 여는 날짜가 모두 달라 꼼꼼히 알아보지 않으면 찾아가기 어려워서다.
시 소상공인지원과는 전 자치구가 동시에 장터를 여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자치구별 실정에 맞는 개설시기와 장소 등을 통일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천오2.0' 개편 이전에 채택된 아이디어도 있다.
이동현씨는 집중호우 때 유실돼 위협 요소가 되는 맨홀 뚜껑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맨홀뚜껑 연결 체인'을 제안했다.
시 물재생계획과는 이씨와 함께 검토회의를 거쳐 내용을 개선해 실제 8월 관악구 사당역 주변 상습 맨홀뚜껑 이탈지역 4개소에 설치를 마쳤다.
시는 설치지점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다른 상습 맨홀뚜껑 이탈지역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천오 2.0' 개편 이후 시민제안은 이전보다 되려 줄고 있다. 오픈 전 한 달 동안 평균 568건씩 올라오던 시민 아이디어는 '천오 2.0' 개편 후 498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정책에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크게 늘어 도움이 되고 있다.
'천오2.0'을 운영하는 사회혁신담당 관계자는 "개편이후 한두줄의 단순한 제안이 줄고 아이디어의 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 28일 '좋은제안 콘테스트' 열고 TOP 3 선정
시민제안 채택은 공개 프리젠테이션을 통한 '나가수' 방식으로 최종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시는 28일 400명의 시민과 함께 '좋은제안 콘테스트'를 열고 제안자인 시민과 담당공무원이 짝궁이 돼 아이디어와 실행방안 7개를 발표한다.
이날 시민평가단과 전문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톱3로 선정한 아이디어는 희망서울 창의상 시민제안 부문에 추천돼 최고 300만원의 상금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사회혁신과 관계자는 "스마트폰에서도 접속할 수 있으며 모바일에서도 제안하기와 댓글달기, 투표하기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시민들의 다양한 제안을 꼼꼼히 읽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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