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 "노천카페 합법화로 거리문화 활성화 해야"
서울연구원 보고서…자칫 '거리몸살' 우려도
서울에 첫 폭염 경보가 내려진 1일 오후 1시 무렵 청계천1가.
찌는듯한 무더위에도 점심식사를 마친 인근 회사원들이 에어컨이 시원한 실내를 마다하고 노천카페에서 아이스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직장인 김진명(40)씨는 이마에 땀이 베기 시작하면서도 "요즘은 어딜가나 냉방이 너무 잘 돼 있어 잠깐이나마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야외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노천카페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청계천 건너 맞은편 건물 1층 호프집 앞에도 점심시간을 맞아 파라솔로 햇빛을 가린 테이블에 앉은 40~50대 직장인들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두 곳은 모두 건물 앞에 마련된 노천카페지만 호프집 앞 공간은 엄밀하게 따지면 불법일 가능성이 크다. 현행법상 공공보도나 민간 소유 건축물의 전면공지에 노천카페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도로 점용허가 및 점용료 등 징수조례'에는 광고물, 광고판, 안내표지판, 가로판매대, 구두 수선대, 정보지 배포대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민간소유의 전면공지에도 시설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맞은편 노천카페의 경우 전면공지가 아닌 애초에 계획된 공간이라 노천카페 설치가 가능하다. 이처럼 청계천을 따라 늘어선 노천카페가 뚜렷한 설치 원칙과 기준 없어 마구잡이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우리도 미국이나 유럽의 대도시처럼 노천카페를 이용한 거리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고쳐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도로폭과 전면공간이 충분한 가로의 경우 노천카페가 보행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삭막한 거리문화에 생기를 넣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공공을 위한 공간인 만큼 꼭 필요한 구간을 정해 허용하고 합리적인 이용료를 받아야 하는 전제가 따라붙는다.
최근 서울연구원(구 시정개발연구원)이 내놓은 '노천카페를 이용한 가로활성화 방안'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도심 주요 보행도로에는 휴식과 만남의 장소로 노천카페가 증가하고 있다.
강남의 명소로 꼽히는 가로수길과 테헤란로에는 각각 21개와 27개의 1층 카페 가운데 14개(87%), 12개(44%)가 노천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의 경우 삼청동길과 청계천로에 위치한 카페 중에선 각각 15개 중 12개(80%), 22개 중 17개(77%)가 노천카페가 마련돼 있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이성창 연구위원은 "가로에 개방된 노천카페는 거리에 활력을 부여하고 도시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프랑스 파리나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같은 외국 도시의 경우 노천카페가 중요한 관광명소로 자리잡으며 가로공간의 민간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뉴욕시는 보행수준등급을 6단계로 나눠 상위 3단계에서만 노천카페를 허용하고 있다. 최소 보행로 확보기준은 2.4m이지만 노천카페 설치영역은 1.37m로 완화해 준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노천카페를 규정하고 관리하는 제도나 지침이 없는 상태라 노천카페의 장점을 활용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 합법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보고서에서 "우선 노천카페 운영에 대한 분명한 이용 원칙과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범운영을 통해 구체화하고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교수는 ▲지구단위의 이용계획 수립 ▲융통성 있는 이용시간대 설정 ▲이용자의 유지관리 책임 의무화 ▲합리적인 이용료 부과기준 등을 주요 기준으로 제시했다.
노천카페 확대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증가, 새로운 도시문화 창출과 함께 점용료나 세수 등에 의한 재정수입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럿이 사용할 공간을 특정인의 이익창출을 위해 사용해도 되느냐의 문제와 함께 노천카페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거리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또한 기준 위반에 대한 처벌조항이 엄격하지 않으면 자칫 거리를 어지럽히고 보행장해나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 연구위원은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보행편의 등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용원칙과 기본방향이 정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가로특성과 보행량, 지역주민과 방문객 의견을 종합해 허용구역과 불가구역, 검토구역 등으로 설정하는 등 공공공간의 민간이용에 따른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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