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 1주기 추모식 27일 개최

산사태 발생 1년...아직 끝나지 않은 유가족들의 절규

중부지방에 최고 300mm가 넘는 폭우가 내린 가운데 6일 지난해 산사태가 발생한 서초동 우면산 복구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배수로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2.7.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가 27일이면 발생 1년째를 맞는다.

서울시는 우면산 산사태 발생 1주기를 맞아 복구공사가 끝난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아트힐 사고 발생 현장에서 피해 유가족과 지역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도 이날 추모식에 참석해 유가족들을 위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사태 발생 1년이 지난 우면산은 대부분의 복구공사가 완료돼 완전히 딴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방공사를 통해 계곡 물길도 넓히고 조경공사도 마무리 해 1년 전 악몽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복구공사에만 국비와 시비 등 400억원 넘게 들어갔고 4만2천여명의 연인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우면산 산사태는 지역 주민들에게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특히 당시 사고로 부모와 형제, 가족을 잃은 피해 유가족들에게 우면산 산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

◇사고원인 제대로 밝혀야

사고 유가족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산사태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신뢰할 수 있는 사고원인 규명과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서울시는 사고 발생 직후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원인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우면산 산사태는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라고 결론 내렸다.

유가족들은 서울시의 이같은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한다.

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천재지변'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짜맞추듯 조사가 진행됐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유가족들은 "서울시가 사고원인을 천재지변으로 결론 내렸으니 책임질 사람도 없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가족들은 고인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했다.

지난 9일 10여명의 유가족 대표들이 박원순 시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유가족은 "성역없는 재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 6개 요구사항을 박 시장에게 전달했고 박 시장에게서 재조사 의지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오는 11월까지 보완조사를 벌이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을 밝힌 상태다.

유가족들이 더 울분을 터트리는 것은 서울시가 천재지변으로 결론내린 1차 원인조사결과가 유족들과의 각종 소송에서 서울시 변론자료로 채택됐다는 점이다.

피해 유가족들이 서울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은 총 6건에 52억원에 달한다.

우면산 산사태로 아들을 잃은 임방춘(66)씨는 서울시와 서초구, KT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중이다.

그는 "서울시의 엉터리 조사 결과가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심히 걱정스럽다"면서 "사고원인에 대한 1차 조사보고서가 결국 서울시 변론용이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1일 복구가 한창인 우면산 산사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우면산 복구공사를 96%가량 진행해 다음 달 10일께면 모든 공사가 끝난다고 밝혔다. 2012.6.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산사태 원인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서울시가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으로 결론 내린 1차 조사보고서는 여러가지 면에서 의혹과 의문이 제기됐다.

우선 조사위원회 구성부터 논란거리였다.

서울시 요청에 따라 당시 서울시 사업에 관여했던 원로 교수 출신이 조사 위원장을 맡았고 위원 중 3명이 위원장의 제자들이었다.

유가족들은 조사위 구성부터 신뢰하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조사위원회가 당시 최초 조사 대상 12곳 가운데 4곳만 골라 조사한 것도 의문을 샀다.

이와 관련 당시 조사위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가 4군데만 해 달라고 해서 그랬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서초터널 발파작업과 우면산의 각종 인공시설물이 산사태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한 조사를 누락한 점도 의혹으로 남는다.

서초터널은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일부 구간으로 우면산을 관통하는 총길이 2.63km, 왕복 6차로 공사다.

우면산 산사태 직후 서초구는 서초터널 발파공사가 산사태에 미친 영향에 대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에 연구용역을 의뢰한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서초구는 연구용역을 의뢰했다가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중도에 연구용역을 취소했다.

피해 유가족들은 "재조사가 실시된다면 최초 조사 대상지 12곳 전체를 포함해 서초터널 발파공사가 산사태에 미친 영향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그간의 우려와 의혹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복구는 됐지만 '불안감'은 여전

복구는 끝났지만 우면산 산사태를 경험한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산사태 피해자인 방배동 래미안 아파트 주민 김모(68)씨는 "5개월 전에는 복구를 끝내고 지반을 다지고 했어야 했는데"라며 "비만 오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임광아파트에 사는 이민진(26)씨 역시 "비만 오면 작년 그 기억이 떠올라 심장이 두근거린다"면서 "아파트 복구가 다 끝나지 않아 더 무섭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임광아파트의 한 주민은 "복구공사가 만족스럽지 않다. 이 아파트에 사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며 "우면산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진저리를 쳤다.

오모(63)씨는 "산이 아니라 댐을 만들어 놨다. 꼴이 아주 흉칙하다"면서 "오래 전부터 우면산을 자주 등반하곤 했었는데 이제 우면산만 올라가면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방배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나춘이(60)씨는 "복구가 됐다고는 하지만 올해는 작년 같이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면서 "작년에 피해가 컸던 래미안 아트힐은 집 값도 많이 떨어졌고 매매도 줄었다. 피해가 이만저만한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nyhu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