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극복의 맞춤형 솔루션, 차열페인트 사업[전문가 칼럼]

임남기 동명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임남기 동명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해마다 반복되는 폭염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상이 됐다. 콘크리트 건축물과 아스팔트가 빽빽한 서울은 도심 열섬현상까지 겹친다. 특히 냉방 여건이 좋지 않은 노후주택에 사는 주민이나 고령층 등 기후 취약계층에 폭염은 훨씬 가혹하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것은 큰 과제가 됐다. 여러 방법 중 건물 옥상에 차열페인트를 칠하는 비교적 단순한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 서울시 가양8 실증단지에서는 차열페인트 시공 후 옥상 표면온도가 최대 약 9.2℃, 실내 온도가 약 1.8℃ 낮아졌다. 냉방 사용량도 평균 26.4% 감소했다. 작은 변화가 적지 않은 효과를 낸 셈이다.

서울시의 차열페인트 사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단순히 시공 물량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지원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개별 공공시설에 분산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올해부터 민간 취약 주거건물로 대상을 넓히고, 일정 지역에 시공을 집중하는 '서울형 특화지구'를 도입했다. 약 7억 원을 투입해 저층 주거 밀집지역과 어르신·장애인 이용시설 등 노후주택·복지시설 옥상 150여 곳의 시공도 폭염이 시작되기 전인 5월까지 마쳤다.

하지만 페인트를 칠하는 것으로 정책이 끝나서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나 먼지와 오염물질이 쌓이면 차열 성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관리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노후주택은 균열이나 누수 문제도 함께 살펴 방수와 차열 시공을 연계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차열페인트에 옥상녹화와 태양광 설비 등을 건축물 특성에 맞게 접목한다면 옥상은 버려진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열을 낮추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낼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우수한 기술을 가진 기업에는 실증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건물 한 채의 온도를 낮추는 데서 도시 한 구역의 온도를 낮추는 정책으로 진화해야 한다. 개별 건물을 산발적으로 지원하는 '점' 방식에서 폭염 취약지역을 집중적으로 개선하는 '면'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실내온도와 냉방에너지 사용량, 지역 표면온도가 실제로 얼마나 달라졌는지 꾸준히 검증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좋은 정책이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느냐다. 뜨겁게 달아오른 옥상 하나의 온도를 낮추는 작은 변화가 모이면 동네의 온도를 낮추고, 결국 도시의 여름을 바꿀 수 있다. 차열페인트가 단순한 '옥상 페인트칠'을 넘어 서울의 폭염을 낮추는 생활밀착형 기후대책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차열페인트 시공현장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