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34.9도 vs 영등포 37.9도'…숲 많은 동네, 덜 뜨거웠다

서울 자치구 지표면 온도 최대 4.2도 차이…도시숲 비율 높을수록 낮아
서울숲 한낮 도로보다 최대 7.4도↓…녹지가 '폭염 대응 인프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6.8.11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같은 서울에서도 어느 동네에 사느냐에 따라 여름철 지표면 온도가 최대 4도 넘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지가 많은 지역일수록 온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서울숲에서는 한낮 공원 내부 기온이 인근 도로보다 최대 7.4도 낮게 측정됐다. 기록적인 폭염이 매년 반복되면서 나무와 공원이 단순한 휴식·경관 공간을 넘어 도시의 열기를 낮추는 '폭염 대응 인프라'로 떠올랐다.

숲 많은 강북 34.9도…영등포는 37.9도

14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등에 따르면 랜드샛 위성 영상과 도시숲 지도를 활용해 2024년 8월 29일 서울 25개 자치구를 분석한 결과, 도시숲 면적 비율이 높은 5개 자치구의 지표면 평균온도는 34.9~36.2도로 나타났다.

반면 도시숲 비율이 낮은 5개 자치구는 36.9~39.1도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자치구별 지표면 평균온도의 최저와 최고 격차는 최대 4.2도에 달했다.

대표적으로 도시숲 비율이 62.3%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강북구는 지표면 평균온도가 34.9도로 가장 낮았다. 반대로 도시숲 비율이 5.8%로 가장 낮은 영등포구는 37.9도였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평균 도시숲 비율은 30.6%였다. 녹지가 많은 지역일수록 지표면 온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공원 효과도 컸다. 2022년 한국조경학회지에 실린 서울숲 미기상 연구에서는 서울숲 광장과 수변부 기온이 도로보다 각각 평균 2.7도와 2.9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햇볕과 복사열이 강해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광장부가 5.5도, 수변부는 7.4도 낮았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태양에너지를 흡수했다가 복사열로 내보내는 것과 달리 나무는 수관으로 직사광선과 복사열을 차단한다. 잎의 증산작용도 주변 열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남산 숲의 나무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 초록색으로 나타난 반면 도심의 건물들은 온도가 높아 붉은색으로 나타났다. 2026.7.13 ⓒ 뉴스1 구윤성 기자
녹지 '얼마나'보다 '어디에' 있느냐도 중요

최근에는 단순히 녹지 면적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이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나무를 볼 수 있고, 실제 이동하는 길 위에 얼마나 많은 그늘이 만들어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이달 서울 25개 자치구에 국제 도시숲 평가 기준인 '3-30-300 규칙'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수목가시율이 높은 자치구일수록 여름철 지표면 온도가 낮았다. 수관피복률이 30% 이상인 자치구도 30% 미만인 지역보다 평균 지표면 온도가 낮았다.

이는 도시 전체의 녹지 면적뿐 아니라 시민이 출퇴근하거나 등하교하고 장을 보는 생활 동선에서 실제 나무와 그늘을 얼마나 접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반영해 서울시도 생활권 녹지를 확대하고 있다. 2024년부터 2년간 서울 전역 1315곳에 총 91만㎡의 정원을 조성했다. 여의도공원 면적의 약 4배다. 이 가운데 33만 7000여㎡는 시멘트와 아스팔트 등 인공 포장을 걷어내거나 방치된 공간을 녹지로 전환했다.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일대 모습. 2026.7.21 ⓒ 뉴스1 김도우 기자
폭염에 커지는 '녹지의 값'…용산어린이정원 개발 논쟁 '변수'

폭염이 일상화하면서 도심 녹지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녹지를 개발되지 않은 '빈 땅'이나 휴식·경관 공간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도시 온도를 낮추는 기후 인프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가 맞붙었던 용산공원 활용 논쟁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정부가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용산공원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자 서울시는 대규모 녹지를 미래세대를 위해 보전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정부가 이번 주택공급 대책에서는 용산공원을 공급 대상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당장의 충돌은 피했지만, 향후 신규택지 발굴 과정에서 도심 가용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과 녹지 보존을 둘러싼 논쟁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가 정부 권한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도 미래세대의 자산인 녹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택지를 검토할 때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와 서울의 도시계획, 녹지 보전의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택공급과 관련해 "정부와 협력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협력하되, 녹지 훼손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