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건강하십니까"…싱글 어르신 교복 미팅에 웃음꽃 가득

'시니어 나솔'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 네 번째 개최
"96세 아빠가 나가보라고"…이성 친구 7커플 탄생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컨벤션웨딩홀에서 종로구 주최로 열린 어르신 새 인연 찾기 행사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에서 참가 어르신들이 인사 나누며 대화하고 있다. '굿라이프 챌린지'는 고령화 사회에 대응해 홀몸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관계를 맺도록 돕는 종로구 특화 복지 프로그램이다. 2026.4.2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마음에 드는 분이 생기면 우선 '몸 건강하십니까'부터 물어볼 거예요. 호호."

서울 종로구 성균관컨벤션 웨딩홀에서 연 종로굿라이프챌린지에 참여한 별사탕(76·여)은 7080시대 검은색 세라복을 입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사별한 지 15년이 된 그는 손녀딸의 추천으로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에 참여했다. 그는 "외롭고 심심할 때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고 싶다"며 "키나 외모는 상관없고 마음에 드는 친구에겐 건강은 어떤지, 사는 곳은 어딘지, 혼자 계시는지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4년 이후 네 번째로 열린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는 65세 싱글 어르신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활기찬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날 행사에는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65세 이상 싱글 어르신 38명(남 19명·여 19명)이 참여했다.

7080 추억의 다방 콘셉트로 꾸민 미팅 공간에 모여 앉은 싱글 남녀들의 교복 가슴 위에는 쾌남, 달고나, 별사탕, 홍매화와 같은 명찰이 수 놓여 있었다. 오랜만에 교복을 차려입은 참가자들에게서는 쑥스러움과 설렘이 느껴졌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행사에 참여한 승부사(71·남)는 보라색 염색으로 한껏 멋을 낸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번에 만난 짝과는 식사만 하고 친구처럼 지냈다"며 "오랜만에 교복을 입어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혼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그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할 것"이라며 "정직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컨벤션웨딩홀에서 종로구 주최로 열린 어르신 새 인연 찾기 행사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에서 참가 어르신들이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있다. '굿라이프 챌린지'는 고령화 사회에 대응해 홀몸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관계를 맺도록 돕는 종로구 특화 복지 프로그램이다. 2026.4.2 ⓒ 뉴스1 구윤성 기자

참가자들은 추억의 게임과 자기소개를 함께한 뒤 1대1 대화를 통해 교감을 나눴다. 참가자들은 지갑·손수건·인형 등 소지품을 내놓고 서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짝을 정하는 시간도 가졌다.

행사 시작 전 메이크업을 받던 나보배(66·여)는 머리를 양 갈래로 묶었다 풀기를 반복하며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 오랜만에 단장에 나선 듯한 표정에는 기대와 설렘이 묻어났다.

그는 "아버지가 96세인데 '너도 한번 나가보라' 하셔서 신청하게 됐다"며 "4년 넘게 90대 아버지, 어머니를 혼자 돌보다 보니 제가 사라지는 기분이어서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돌싱'이 된 지 30년이 넘었다는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신앙생활과 봉사를 열심히 하는 분이 좋다. 70대 이상은 싫다"며 "짝을 만난다면 평소 혼자 보러 다니던 연극, 영화, 뮤지컬을 같이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2023년 통계청에 따르면 종로구 65세 이상 인구는 2만 9000명, 65세 이상 1인 가구 비율은 20.1%다.

참가자들의 열띤 호응에 힘입어 올해부터는 종로구 외 지역 참가자에게도 기회를 열었다. 가족이나 직장 등 종로구와 연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선발했으며 치매가 있거나 재혼·삼혼 이력이 있는 경우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날 65세 이상 '싱글'을 증명하는 서류 심사를 통과한 전체 참가자 평균 연령은 73.5세. 최고령자는 85세, 최연소는 65세 어르신이다. 행사에서는 서로를 선택한 이성 7커플이 탄생했다.

현장을 방문한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번 설레는 일상을 되찾으시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어르신께 굿 라이프를 선물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