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연애까지 교육?"…교제 커플 '관계이해' 프로그램 운영
결혼 인식 변화 속 '교제커플 미래준비교실' 도입
5개 자치구 시범운영 …결혼제도 인식 개선 미지수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서울시가 연애 중인 청년 커플을 대상으로 건전한 연애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존 '예비부부' 지원보다 한 단계 앞서 '교제 중' 커플 지원에 나선 것으로 결혼에 관한 긍정적 인식을 형성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청년층의 결혼 외면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교육을 통해 인식 변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 5개 자치구 가족센터에서 서울시 거주 또는 서울시 소재 직장에 다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제커플 미래준비교실'을 시범 운영한다.
커플간 이해와 공감능력을 높여 바람직한 가정관을 형성하고 결혼 전 필요한 소양을 교육해 가족 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겠다는 목적이다. 구체적인 강의 내용은 개발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교제폭력 등 사회 문제도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교제 단계에서도 미래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기존 서울시가 운영하는 예비부부 교실, 신혼부부 교실 이외에도 교제 중 연인간 교육 필요성이 있다는 시민 의견을 반영해 '시민참여 제안사업'에 선정됐다. 예산은 약 1500만 원을 편성할 예정이다.
다만 기존 예비부부 프로그램과 차별성이 크지 않은 만큼 교육생 모집 기준이 모호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예비부부 대상 프로그램도 별도 증빙을 통해 관계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제커플 역시 객관적 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문제도 남는다.
시 관계자는 "기존 유사한 교육 프로그램과 차별화할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며 "출산과 결혼을 전제로 교육을 집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생 모집은 각 자치구 가족센터 홍보 채널을 통해 진행한다. 시는 내년 시범 운영 후 참여율과 만족도 등을 평가해 타 자치구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가족친화 프로그램 다변화는 장기적으로 저출생·비혼 문화 확산에 따른 극복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결혼이 인생의 필수 과정이라는 인식이 과거에 비해 느슨해진 데다 성별 격차도 큰 만큼 세대·성별 가치관 변화를 반영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혼 남성 41.6%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변한 반면 미혼 여성 중에서는 26%만 결혼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미혼 여성 4명 중 1명만 결혼 필요성을 느낀다는 의미다.
미혼 남녀 모두 결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결혼 자금이 부족해서'(남 38%·여 25%)를 꼽았다. 두 번째 이유로는 남성(고용 상태가 불안정해서·12.4%)과 여성(결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9.1%)의 차이가 뚜렷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펴낸 2024 서울생활사조사연구에서도 2022년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남성의 16.0%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서울 여성의 경우 11.2%만 그렇다고 답변했다. 1998년 남성 32.1%, 여성 23.6%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b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