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쪽방주민, 해 드는 새 보금자리 입주…민간 주도 순환정비 첫 사례
지하 3층, 지상 18층…남대문쪽방상담소 등도 입주
- 권혜정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서울역과 남산 사이에 있는 이른바 '남대문(양동구역 제11·12지구) 쪽방촌' 주민들이 쪽방촌 옆에 건립된 해가 드는 새 보금자리 '공공임대주택 해든집'에 입주했다.
남대문(양동) 쪽방촌은 한국전쟁 이후 판자촌이 형성된 지역으로, 현재도 상당수 주민이 60년 이상 된 노후건물 내 약 3.3㎡의 단칸방에서 사회의 지원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전체 건물은 18층 규모(해든센터)다. 지상 6층~18층은 해든집으로 사용하고 지하 3층~지상 5층은 남대문 쪽방촌상담소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복지시설, 편의시설로 활용한다. 해든집에는 기존 쪽방촌에 거주하던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9월 초부터 입주를 시작, 현재 142세대가 입주를 끝냈다.
해든집은 '해가 드는 집, 희망이 스며드는 집'이란 뜻으로 지난 2021년 12월 정비계획 결정 후 기부채납을 받아 4년 만에 준공된 임대주택이다.
특히 쪽방주민의 생활·간호상담, 의료·기초생활지원을 비롯해 자활·자립지원, 정서지원, 안전점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남대문 쪽방상담소를 건물 5층으로 이전시켜 입주민들의 빠른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동작업장과 편의점, 빨래방 등도 입주시켜 자립을 돕고 생활 편의는 높였다.
남대문 쪽방 주민들이 이주한 해든집은 개발 대상지에 대한 일괄 전면 철거나 입주민 강제 이주 방식이 아닌 이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먼저 마련해주고 이주가 완료되면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민간 주도 순환정비' 첫 사례다. 주식회사 한마루가 주도한 '선(先)이주-선(善)순환' 모델로 서울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을 실천한 모델이다.
일반적으로 순환정비 방식은 추가 비용 발생과 정비기간 장기화로 사업시행자가 선호하지 않는다. 이에 서울시는 쪽방 밀집지역과 거주민들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 자치구·사업시행자·전문가 등과의 수차례 논의와 쪽방 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는 방안을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영등포쪽방촌도 이와 유사한 순환개발 방식으로 정비를 진행 중으로 쪽방 주민들이 타지역이 아닌 현재 거주 지역 내 임대주택이 공급되면 이주할 예정이다. 현재는 LH·SH 등의 사업시행자가 토지 등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더 나은 주거환경에서 지내게 된 해든집 주민의 생활 변화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추진해 타지역 쪽방 밀집 지역 주민들의 안정적인 주거환경 조성과 기반 마련에 활용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해든집을 방문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살폈다. 오 시장은 "해든집은 강제 퇴거 없는 약자와의 동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주거 공간으로 민-관의 적극적 협력으로 주거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제공한 모델"이라며 "도시의 성장 속에서도 소외되는 이웃이 없도록 누구에게나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는 서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jung907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