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외로웠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의 안부가 된다"

'모두의 친구', 경험이 복지로 환원되는 참여형 실험
고립·은둔 회복자 50명 치유활동가로 양성 추진

서울시 복지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서울시가 고립과 은둔을 겪었던 시민을 다시 사회의 돌봄 주체로 세운다.

고립 회복 당사자를 '치유활동가'로 양성해 현장에 투입하는 '모두의 친구' 사업을 내년부터 50명 규모로 확대하고, 이를 '서울형 고립가구 대응 매뉴얼'에 포함해 자치구별 전담제 도입까지 검토한다.

"활동일지가 곧 일자리"…생활 속 관계를 복지로 바꾸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복지재단 고립예방센터가 운영하는 '모두의 친구'는 고립에서 벗어난 중장년 당사자가 비슷한 처지의 이웃을 찾아가 말벗이 되고 생활을 돌보는 사업이다. 이는 복지를 '받는 사람'이 아닌 '만드는 사람'으로 전환하는, 경험 기반의 동료지원 모델이자 참여형 복지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치유활동가의 하루는 '문 두드리기 → 안부 대화 → 활동일지 작성'으로 이어진다. 오전에는 복지관이나 동주민센터로부터 신규 의뢰 명단을 받고, 오후에는 대상자 가정을 방문해 짧은 대화를 나눈다. 혼자 식사하는 어르신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거나,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오는 청년과 산책을 함께하기도 한다. 이후에는 대화 주제, 정서 상태, 연계 필요사항 등을 기록해 제출하고 재단 담당자가 검토 후 승인하면 활동비가 지급된다.

활동가들은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다. 대신 각자 담당 지역(성북·강북·중랑·양천·강남·영등포 등)을 중심으로 주 2~3회 현장을 찾는다. 가정방문, 산책동행, 생활도움, 복지서비스 안내 등 '생활밀착형 관계활동'을 수행하며 모든 만남을 활동일지에 기록한다.

일지는 하루 단위로 재단에 제출돼 확인 절차를 거치며, 승인되면 1건당 '시민참석수당'(시간제 활동비)이 지급된다. 주 2~3회 활동 기준으로 월평균 15만~30만 원 수준의 수당을 받는다.

또한 활동 내역은 단순한 업무기록이 아니라 고립예방 데이터를 구축하고 향후 복지정책 기초자료로도 활용된다. 서울시복지재단은 "복지의 일방향 지원이 아니라 시민이 참여로서 복지를 만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또 활동가의 정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상명대 가족아동상담연구소와 협약을 맺고 개별·집단 심리상담 6회를 제공한다. 이수진 고립예방센터장은 "돌봄이 돌보는 사람을 지치게 하지 않도록 감정 회복의 루틴을 넣었다"며 "활동가가 심리적으로 안정돼야 지속적인 관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같은 길을 걸은 사람이 내미는 손이 가장 강한 연결"

모두의 친구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2기 14명이 수료했고, 3기(15명)가 10월부터 새로 투입된다.

이들은 고립예방센터–자치구–동주민센터–복지관을 잇는 네트워크 안에서 '지속적 안부 확인 → 관계망 형성 → 신규 발굴'의 3단계 활동을 수행한다.

고립가구 방문 중 위기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동주민센터나 복지기관으로 연계하며, 복지 사각지대의 고립가구 발굴도 함께 맡는다.

특히, 서울시는 이듬해부터 치유활동가를 50명 이상으로 늘려 '서울형 고립가구 대응 매뉴얼'에 포함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자치구별 전담 치유활동가제를 도입해 제도화할 계획이다.

이수진 센터장은 "고립은 행정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같은 길을 걸어본 사람이 내미는 손이 가장 강한 연결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이 실험하는 건 복지의 전환"이라며 "지원에서 참여로, 제도에서 관계로 나아가는 복지의 새 형태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모두의 친구 3기 모집 포스터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