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11년 대심도 빗물터널 중단은 전문가들 의견 들은 결과"

"신월 터널 확실한 설치 효과 있어…600세대 침수 예방"
터널 건설 만능 될 수 없어…"소프트웨어 개편 등 필요"

서울시와 서울기술연구원이 24일 오후 서울시청 8층 간담회장에서 '서울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어떻게 가야 하나'를 주제로 수해 예방 긴급포럼을 열고 있다. 2022.8.24/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서울시가 지난 2011년 수해 방지대책으로 계획된 시내 7개 지역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설치 사업이 중단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의 토론의 과정에서 정해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여권에서는 해당 사업이 전임 시장인 고(故) 박원순 시장의 실책으로 중단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기술연구원은 24일 오후 서울시청 8층 간담회장에서 '서울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어떻게 가야 하나'를 주제로 수해 예방 긴급포럼을 개최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임기 시절인 2011년 집중호우로 인해 반복되는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서울 신월·신대방역(도림천)·강남역·사당역·삼각지역(용산)·길동(강동)과 광화문 등 7곳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한 바 있다.

하지만 그해 시장직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사업도 사실상 백지화됐다. 후임자인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은 대규모 토목공사 대신 친환경 빗물저감대책을 추진하기로 기조를 잡았고 신월 지역 1곳에만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이 만들어졌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측은 박 전 시장의 취임 이후 계획이 변경되면서 현재의 피해가 늘어났다며 호우 책임을 박 전 시장 쪽으로 돌리는 입장을 내놨다.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사업 중단을 두고 논쟁이 일면서 감사원이 당시 결정에 대해 감사를 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10년 동안 빗물배수터널 사업이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손경철 서울시 치수안전과장은 "2011년도에 계획을 수립했다가 토론회 등 전문가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관로 정비라든지 빗물펌프장 신설, 저수조 신설 등의 분산형으로 계획이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손 과장은 이후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대신 빗물펌프장 신·증설, 우수저류조 신설, 관로 신설·확장 등으로 수해 대책이 변경됐지만 이 사업들도 민원발생과 지장물 저촉, 부지 선정의 어려움으로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수해 대책이 완료되지 못한 상태에서 최근 집중호우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피해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유석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당시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대심도 터널이 필요하다고 제안을 했지만 이후 일부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이 있어서 당초 계획했던 침수 해소 대책이 조정되고 결과적으로 이번 호우 사태에서 피해가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신월 터널 설치 확실한 효과 보였지만…"터널, 만능일 순 없어"

시가 2011년 계획됐던 7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중 유일하게 설치가 완료된 신월 빗물터널의 경우 이번 집중호우에서 수해 피해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포럼에서 시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신월지역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이 설치되지 않았다면 이번 호우에 37㏊ 600세대가 침수될 수 있었다고 추측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빗물배수터널의 설치가 호우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한 가지 대책이 될 수 있다는 면에 동의하면서도 유일하고 완벽한 대책은 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배수시설이라는 구조적인 대책에 더해 스프트웨어 개편, 인식개선 등 비구조적 대책도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오 홍익대학교 교수는 시설 설치라는 구조적인 방법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현재 설치된 저류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등 소프트웨어적인 개선 방안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시가 단순히 일정 수준의 방재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인명피해 최소화'를 최우선 과제로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진원 주식회사 이산 상무는 서울시의 홍수 대책의 목표는 '시간당 100㎜'라는 처리 강수량이 아니라 '인명피해 제로'가 되어야 한다며 "맨홀사고로 사람이 사망하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사고"라고 지적했다.

또 토론에서는 호우 때가 아닐 때 사용되지 않는 빗물배수터널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도로와 함께 터널을 설치하는 방안 등도 논의됐다. 실제 말레이시아의 경우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홍수 피해를 저감하기 위해 지난 2007년 공사비 5100억원을 들여 평상시에는 도로로 사용이 가능한 'SMART(스마트) 터널'을 준공했다.

하지만 포럼에 참석한 노진수 서울시 지역수자원위원회 위원(제일엔지니어링 부사장)은 "말레이시아 스마트 터널도 외부의 다른 나라에 얘기하지 못할 만큼 유지 관리에 어려움 있다"며 유지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복합 터널 건설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함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심도 빗물터널 건설과 같은 근본적인 도시안전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도시 침수와 하천범람을 예방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예산을 반영하기로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대심도 빗물 터널의 중요성이 (대두했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 계획했던 것을 박원순 전 시장 때 폐기해 도심지 기후변화시대에 피해가 상당히 클 수 있다"라며 "이번에도 대심도 빗물터널 설계비를 반영하기로 합의했고 이에 대한 것도 내년 예산에 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