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동물실험 실태 정보공개도 못하는 정부

정보공개에 두달 이상 걸려…동물권 확보 위한 민관 협력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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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아직 생소한 '동물권'이란 용어만큼이나 이번 기획보도의 취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실험동물이 그간 언론에서 제대로 다룬 적이 없는 아이템이어서 그런지 실험 실태를 들여다볼 자료 수집부터가 쉽지 않았다.

우선 행정정보공개 청구로 관련 자료를 받기까지 두달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기자는 지난 8월7일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에 '2012년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지도·감독 피수행기관 60개소의 기관명 및 지도감독 내역'을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검역본부가 매년 집계해 공표하는 '동물등록 및 유기동물 처리현황 등' 조사 자료에 60개 피감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의 결과만 나왔고(개선명령 6개, 현지시정 및 보완요구 48개, 폐지권고 6개), 구체적인 위반사항과 해당 기관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검역본부는 19일 '부분 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해당 행정처분 대상기관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짧은 답신이 왔다.

동법 9조7항은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대한 지도·감독 처분이 해당 기관의 경영·영업상 비밀이고, 이를 공개하면 정당한 이익이 현저히 훼손될 것이란 검역본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다.

동물실험 윤리 위반 사실이 알려지면 해당 기관이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야 있겠지만, 정부가 이를 의식해 오히려 동물실험기관의 잘못을 감싸고 정당한 정보 접근권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제3자에 대한 정보공개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기자는 이튿날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한차례 이의신청 기간(10일)을 연장한 뒤, 보름만인 9월 4일 공개 결정으로 입장을 바꿨다.

앞서 검역본부는 60개 피감기관에 해당 정보 공개에 대한 의견서를 요청해 '제3자 의견청취' 절차를 밟고, 기관의 행정소송에 대비해 법률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모든 기관이 의견서에서 비공개를 요청했지만 이후 본부는 정보공개심의회를 열어 공개를 결정했다.

단, 60개 기관에 사전 통보 및 의견청취 기간(30일)이 필요해 자료는 10월8일 공개됐다.

공개로 재결정하면서 검역본부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사항에 확연히 일치하지 않는 것은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감독기관의 행정처분 결과도 공개하는 추세를 감안했다"고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다. 결국 처음부터 공개할 내용을 두고 지레 몸을 사리며 시간만 끈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농림부는 법이 정한 동물복지위원회도 여태 만들지 않았고, 연말이 시한인 동물복지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관련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고 있다.

동물복지 주무부처가 정보 공개를 꺼리고, 법도 지키지 않고 있는데 동물권을 논하는 것은 넌센스일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기동물 취재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간 불신이 깊은 것도 새삼 확인했다. 공무원들은 극성' 민원인과 시민단체의 이상적 대안제시에 고개를 흔들었고, 시민단체는 정부와 지자체의 소극적인 행정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부터 의무시행되는 동물등록제 역시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매일 수백마리 동물이 길에 버려지고, 수천마리가 실험실에서 생명을 다한다. 가장 시급하고, 현실에서 가능한 것부터 해결해 나가려면 정부의 의지와 지자체, 시민단체간 협력이 절실해 보였다.

chach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