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 잠실야구장에서 시구한 까닭은
고척·잠실 돔구장 해법 고심…플레이오프 전에 '인기몰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스트라이프 무늬가 돋보이는 LG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하고 있다. 박 시장은 앞서 지난해 5월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한화'에서 넥센 유니폼을 입구 시구한 적이 있다. 2013.9.8/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박 시장은 8일 오후 'LG:삼성'전이 열리는 잠실야구장에서 홈팀인 LG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했다.
유니폼 등엔 '원순씨 333'이 적혀 있었다. 야구에 대한 지식이 해박할 만큼 평소 야구 사랑이 남다른 박 시장은 시구 뒤 스카이박스에서 한시간 가량 경기를 즐겼다.
박 시장이 시구를 위해 야구장을 찾은 것은 지난해 5월27일 목동구장 이후 1년여 만이다. 박 시장은 '넥센:한화' 경기에서 넥센 유니폼을 입고 취임 후 첫 시구를 했다.
당시 서울시는 "넥센은 모기업이 없고 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목동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싸우는 약자를 응원해줘야 한다"며 박 시장이 서울에 연고가 있는 LG·두산·넥센 중 넥센을 가장 먼저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박 시장이 이날 1·2위전인 'LG:삼성' 경기에서 시구한 것을 두고 여러가지 말이 나왔다.
이날 시구는 열흘 전쯤 확정됐다. 다음달 플레이오프가 시작되면 시구 일정 잡기가 치열해지기 때문에 비교적 한가한 지금이 적기라는 건의가 올라갔다고 한다.
박 시장은 시구를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활시정'으로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박 시장은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슬슬 시민 접촉을 늘려야 하는 입장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0~5세 무상보육을 놓고 갈등을 빚으며 서울시가 부족 예산을 메꾸기 위해 결국 2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지만, 새누리당이 가세하면서 정치논쟁으로 비화됐다.
이 과정에서 박 시장은 정부·여당으로부터 '노회한 정치꾼' '정치쇼' 등 집중공격을 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시구 전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박 시장은 앞서 지난해 5월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한화'에서 넥센 유니폼을 입구 시구한 적이 있다. 2013.9.8/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인기몰이와 아울러 이날 시구는 얽히고 섥힌 서울 돔구장 문제를 풀기위한 두마리 토끼 잡기 차원이다.
당초 아마추어 야구 전용구장으로 서울시가 추진했던 '고척동 돔야구장'은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쓰겠다는 구단이 없고, 추진을 검토 중인 '잠실 돔야구장' 사업도 만만치 않은 난제를 안고 있다.
서울시는 오세훈 전임 시장 시절 아마추어 야구의 성지로 불렸던 동대문야구장을 허물면서 1160억원의 예산을 들여 고척 돔야구장(서남권 돔야구장 건립공사)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2009년 하프 돔이 완전 돔으로 바뀌고, 몇차례 설계변경을 겪으며 계속 예산이 불어나 현재까지 사업비 2023억원을 소진하고, 앞으로 최소 400억원은 더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고척 돔야구장이 아마추어만 대상으로 쓰일 경우 연간 40억원의 운영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프로구단과 병행 운영하기 위해 프로구단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접촉한 구단 모두 별다른 반응이 없다.
수용규모가 2만2000여석으로 다소 좁고, 구장 인근의 교통 접근성·주차 등이 문제다.
반면, 서울시는 잠실에 돔야구장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2조700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 부담과 고척 돔야구장의 활용방안 등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30년이 넘어 매년 수십억원의 보수비가 들어가는 잠실야구장을 민간자본을 활용해 돔야구장을 지어 프로야구 경기 및 K팝(K-POP) 등 한류문화 콘서트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 업무보고에서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는 그간의 추진 상황을 설명하고, 의회가 '잠실종합운동장 내 돔구장 콤플렉스 건설에 관한 청원'을 의결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사업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광주·대구 야구장 사업처럼 잠실구장을 실제 쓰고 있는 프로구단 LG, 두산이나 한국야구위원회(KBO) 등이 함께 사업에 참여할 것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구단과 KBO는 시가 투자하거나 완전히 민자로 진행할 것을 요구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발주한 '영동권역 종합발전계획 수립' 용역이 내년 3월 완료되고, 추가 검토 후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잠실돔야구장은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잠실종합운동장을 아우르는 영동권역에 전시·컨벤션 기능을 확충하겠다는 중장기 영동권역 종합발전계획의 연장선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잠실 돔구장 건립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고 해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박 시장이 지난 7월 8조5533억원이 들어가는 10개 노선 경전철 사업 추진계획을 밝히자 박 시장에 우호적이었던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재선용 토건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 시장 주변에서는 강남권에 대규모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잠실돔야구장을 짓는 것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지지세가 높은 '강남 달래기'로 비칠 수 있다는 관측을 벌써부터 내놓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잠실돔구장 건립 결정까지도 갈 길이 멀지만 '강남만 발전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시구에 앞서 구단 관계자와 만나 돔구장 건립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해법찾기에 분주했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노량진 수몰사고로 숨진 희생자 가족들과 오찬을 했다.
박 시장은 시청 근처에서 점심을 함께 하며 이들을 위로하고 앞으로 시가 발주하는 대형공사에서 안전사고가 없도록 하겠다고 거듭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chach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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