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학교급식 중단] 학생들은 '웃음' 부모들은 '답답'

충북지역 학교비정규직근로자들의 파업이 일어난 23일 청주동중학교의 급식실. 점심시간이 시작됐지만 텅 비어 있다. © News1

비정규직 근로자인 학교 조리사들이 파업한 23일 낮 12시30분 충북 청주동중학교의 텅빈 급식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평소 같으면 밀려드는 학생들로 한참 왁자지껄할 시간이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삼삼오오 모여앉아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학교측은 빵과 우유를 대체급식으로 준비했지만 도시락을 싸온 학생들도 절반 가까이 됐다.

이날 파업의 여파로 충북지역 초·중·고교 479곳 중 28곳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학생들은 급식중단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대부분 즐겁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은비 학생(중1)은 "빵 완전 좋아해요. 급식 언제까지 안하는 거에요?"라며 활짝 웃었다.

이채영 학생(중1)은 "빵을 싫어하는 친구도 있지만 도시락을 싸올 수 있어 좋아요. 소풍 온 것 같아요. 다 똑같은 메뉴를 먹는 급식보다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충북지역 학교비정규직근로자들의 파업이 일어난 23일 청주동중학교의 한 교실. 김밥을 싸온 학생이 친구에게 김밥을 먹여주고 있다. © News1

예고된 파업이라 큰 혼란은 없었지만 빵·우유 등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도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성장기 학생들에게 영양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학교 관계자는 "조리사 등 급식업무 종사자 9명 중 6명이 파업현장에 나간 것으로 파악된다"며 "서로의 입장이 있겠지만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악영향이 미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교사들도 덩달아 빵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해야 했다.

한영동 교장은 "아이들한테 빵을 주면서 따로 나가서 사먹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고 교사들이 한꺼번에 학교를 비울 수도 없어서 함께 먹기로 했다"며 "도시락을 싸오지 말라고는 했는데 그냥 보내기는 부모들의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지역에서 청주 주성고와 음성 충북반도체고 등 2개 학교가 외부 도시락을, 26곳은 빵·우유를 제공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날 충북지역 초ㆍ중ㆍ고교 급식 조리사의 파업을 시작으로 또다시 전국적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충북지역은 충북도교육청이 다른 시·도 교육청에 비해 협상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이번 학교비정규직 투쟁에 선봉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연대회의는 ▲호봉제 전환 ▲교육공무직 법제화 ▲교육감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1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아이들의 밥 먹는 것을 갖고 어른들이 싸우는 게 보기 안좋다"며 "이 지경까지 오도록 놔둔 도교육청도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동중 학부모회는 월요일인 26일 학교를 방문해 파업에 참가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항의할 계획이다.

lee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