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니 짜기→팔씨름→국제영화제'…100년 간의 제천 축제 변천사

일장기 걸린 경기장서 꿋꿋했던 '시민 참여형 축제'
정삼철 충북연구원 연구위원 '희귀사진'으로 본 축제 역사

1934년 3월 13일 봄, 농촌부업으로 유일하게 진행됐던 제천 가마니 짜기 경기대회. 사진 오른쪽 상단에 일장기가 걸려있다. (정삼철 충북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동아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9.27/뉴스1

(제천=뉴스1) 손도언 기자 = 1930년대 가마니 짜기 경기대회부터 2026년 국제음악영화제까지 100여년 간 충북 제천지역 축제 변천사는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는 평가다.

이 기간 각종 축제는 특정 단체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시민 전체가 함께 호흡하는 '축제의 장'으로 변해왔다.

92년 전인 1934년 3월 13일 봄, 농촌부업(農村副業)으로 유일하게 진행됐던 제천 가마니 짜기 경기대회가 그 예다.

일본의 철저한 감시 속에서도 시민들은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며 꿋꿋하게 축제를 즐겼다.

이 대회는 당시 동아일보가 보도한 것인데, 정삼철 충북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이 최근 보도 사진을 발견하면서 제천 축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대회는 음력 정월 대보름(1월 15일), 제천시 봉양면(봉양읍) 명도리에서 가을 겉이 이후 볏짚을 활용해 가마니 짜기 대회를 열고 있는 광경이다. 특히 사진 오른쪽 상단 부분을 보면 당시 일본 국기인 일장기가 걸려 있다. 일제 강점기 시대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사진 한장은 일본이 농촌지역까지 식민 지배했고, 수탈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가마니는 당시 일반적으로 짚 등을 엮어 곡식이나 물건을 담는 자루로 널리 쓰였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가마니 대신 화학 원료로 만든 누런 '포대(包袋)'가 가마니를 대신하고 있다.

1980년대 제천의림문화축제에서 아낙들이 그네를 타고 있다. (제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9.27/뉴스1
1980년대 제천의림문화축제에서 사내들이 팔씨름으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제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9.27/뉴스1

특히 일제 강점기를 넘어 1980년대 제천지역 축제는 활기를 더한다.

80년대 제천의림문화축제에서 시민들은 한 공간으로 모두 모여 그네를 타고, 팔씨름 등을 하면서 마을의 결속력을 다졌다.

정삼철 위원은 "30년대 당시 제천지역에서 가마니 짜기와 세끼 꼬기 등의 시민 참여 축제가 활발했다"며 "가마니 짜기 행사에서 일장기 걸린 게 이색적인데, 아무래도 일본의 철저한 감시 속에 행사가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요리와 자수 강습 등도 활발했는데,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축제 참여에 매우 적극적이었다"며 "겉으론 제천지역이 조용한 도시 같지만, 축제 참여 등 시민들의 화합문화는 탁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90년대 제천의병제에 이어 2000년대가 시작되면서 제천지역 축제는 정점을 찍는다.

2010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는 한달간 왕암동 2바이오밸리에서 추진됐는데, 한의약 분야 최초의 국제 규모로 치러졌다.

당시 엑스포를 찾은 관광객은 외국인을 포함해 136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2005년 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영화인들이 제천에서 처음으로 함께한 축제다. 국내 영화 40편, 음악공연 15회로 시작한 영화제는 2026년 45개국 189편의 영화, 26개 팀 공연으로 확장했다.

올해는 영화·문화계뿐 아니라 정·관계 인사들의 발길까지 이어졌다. 최휘영 문화체육부 장관은 20여년 만에 영화제에 참석했고, 배우 송중기와 유해진, 유지태, 박찬욱·봉준호 감독 등 국내 영화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모두 모인 자리다.

2026년 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축제 현장./뉴스1 손도언 기자

k-55s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