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충주의 다음 질문…"몇 명 왔나" 대신 "무엇이 달라졌나"

문화도시센터 지난 6월 워크숍서 평가 모델 직접 설계
재방문·지역 자부심·민간 자립에 시행착오까지 공개

충주 문화도시센터 워크숍.(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9.23/뉴스1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명절에 고향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사람은 오랜만에 돌아온 이들이다. 추석 연휴 충주를 찾은 귀성객이 "충주가 좀 달라졌네"라고 말한다면, 그 한마디는 어떤 통계에 잡힐까. 공연 횟수에도, 관객 수에도 잡히지 않는다.

충주시와 충주문화관광재단 문화도시센터가 이 물음에 답할 도구를 직접 만들었다. 센터는 최근 '충주형 문화도시 사업평가 모델'을 대한민국 문화도시 충주 누리집 자료실에 공개했다. 44쪽 분량의 문서에는 행사를 몇 번 열고 몇 명이 왔는지를 나열하는 대신, 문화도시 사업이 시민과 지역에 만든 변화를 무엇으로 확인할지가 담겼다. 행사 실적으로 성공을 증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를 재는 도시'라는 새 모델에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숫자는 이미 합격점…질문을 바꿨다

충주는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문화도시 성과 점검에서 대한민국 문화도시 13곳 가운데 올해의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문체부 발표를 보면 지난해 수상 불꽃극 '호수 위 우주'와 '파크뮤직페스티벌 WITH GUGAK' 등이 대성황을 이뤘다. 충주의 국악 공연 횟수도 전년보다 40%가량 늘었다.

성적표로는 더 바랄 게 없다. 그러나 센터는 상을 받은 뒤 채점 기준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보고서는 문화사업 평가가 빠지기 쉬운 함정으로 '측정하기 쉬운 것만 측정하는 것'을 꼽았다. 참여자 수, 행사 횟수, 만족도 점수가 대표적이다. 세기 쉬운 만큼 평가의 무게가 그쪽으로 쏠리고, 정작 사업이 누구의 삶에 어떤 차이를 만들었는지는 뒤로 밀린다는 것이다. 이 모델에서 만족도 점수는 성과로 치지 않고 산출물의 품질로 분류한다.

닷새, 하루 다섯 시간…직원들이 직접 썼다

모델은 지난 6월 닷새간 하루 다섯 시간 동안 문화도시 센터 직원이 모두 참여해 만들었다. 산출지표부터 만들면 이미 세고 있는 숫자 위주로 평가 틀이 굳는다. 그래서 "충주가 궁극적으로 무엇이 달라지기를 원하는가?"를 먼저 묻고, 그 변화를 확인할 성과지표를 정한 다음 산출지표로 내려갔다.

그렇게 나온 질문은 기존 실적표와 결이 다르다. 대형 공연을 맡은 문화사업팀은 "수도권에 가지 않아도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누릴 수 있다고 느끼는가?"를 물었다. 커뮤니티 파트는 국악 교육에 참여한 청소년 가운데 국악 관련 진로를 희망하는 비율이 참여 전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조사했다. 체험관광팀은 관광 분야에서 새로 활동을 시작한 지역 인재 수를 살폈다.

충주 문화도시 '소소한 호강' 사업 포스터.(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9.23/뉴스1
영국 문화도시와 사례를 기반으로 진행

참고 모델은 2025년 영국 문화도시(UK City of Culture) 브래드퍼드의 평가 전략이다. 센터는 2023년 9월 영국 현지 방문을 시작으로 그해 10월 충주 국제 문화도시 포럼, 2024년 2월 한·영 문화도시 워크숍을 거쳐 같은 해 6월 브래드퍼드 측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평가 전략을 활용하는 문제를 브래드퍼드 측과 협의했다.

방법도 설문에 그치지 않는다. 유휴공간을 이용한 주민이 인상 깊은 장면을 직접 찍고 설명하는 '포토보이스', 관광사업의 효과가 인근 식당 매출이나 협력업체 고용으로 어디까지 번졌는지를 참여 업체·주민과 함께 그려보는 '파급효과 지도화' 등을 새로 적용했다.

"우리 덕분"이라 단정하지 않기로 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하지 않기로 한 일이다. 모델은 인구 유입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같은 영향 단계의 지표를 따로 만들지 않는다. 그런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함으로 문화도시 사업 하나의 공으로 돌릴 수 없고, 사업이 거기에 ‘기여’했는지를 기존 공공 통계와 사례로 살피는 편이 정직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계도 숨기지 않았다. 문서에는 과도한 시간 소모, 전문 인력과 재원 부족 등 직원들이 털어놓은 우려가 그대로 실렸고, 평가 전담 인력, 평가 전용 예산, 행정 데이터 공유 협약 등 모델이 제대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6가지도 함께 적었다. 올해 팀별로 기준선(baseline) 데이터를 확보하고 2027년 하반기까지 반기 단위로 반복 측정한다는 계획표도 붙였다.

신재민 문화도시센터장은 "공연을 몇 번 열었고 몇 명이 왔는지는 우리가 가장 잘 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은 그 공연을 본 시민의 주말이, 그 교육을 받은 청소년의 진로가 실제로 달라졌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가 모델은 그걸 알아내려는 도구”"라면서 "시행착오까지 공개해 두면 같은 길을 가려는 다른 문화도시가 덜 헤맬 것이고, 그 경험이 사업이 끝난 뒤에도 충주에 남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충주 사업 모델은 문화도시 충주 누리집 자료실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충주 파크뮤직페스티벌.(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9.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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