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선 전국댐연대 의장 "홍수 예방 위해 물그릇부터 살려야"
[인터뷰] 홍수 나면 댐부터 키우자는 단순한 접근 경계
괴산댐 상·하류 통합관리위원회 구성 제안도
- 윤원진 기자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네팔 대홍수로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환경운동가 박일선 전국댐연대 의장은 물이 머물 '물그릇'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댐을 확장하기보다 물과 사람이 쉴 수 있는 홍수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박 의장의 제안이다.
지난 40년을 충주에서 달천과 함께 살아온 그를 만나 이제 홍수경보가 일상이 된 달천의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박 의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집중호우가 잦아진 것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달천의 물길을 보며 자랐다. 홍수가 날 때마다 단순히 비가 많이 왔다고 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물이 넘치면 제방을 높이고, 물이 많으면 댐을 키우고, 물이 빨리 흐르지 않으면 하천을 직선화했다. 그런데 묻고 싶다. 그렇게 빨리 흘려보낸 물은 어디로 가는가. 결국 하류로 간다.
기후변화는 분명 중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그것만 이야기하면 우리가 만든 문제를 놓치게 된다. 예전에는 비가 오면 산림과 토양이 물을 머금고, 농경지와 습지가 받아주고, 하천 주변으로 물이 천천히 퍼졌다. 지금은 물이 머물 공간 자체가 크게 줄었다.
-하천정비가 오히려 하류 홍수를 키울 수 있다는 뜻인가
▶모든 하천정비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제방과 배수시설은 필요하다. 문제는 하천을 한 구간만 보고 정비하는 것이다. 치수정책은 상류와 하류를 따로 보지 말고, 전체 유역에서 홍수량과 홍수첨두, 물이 도달하는 시간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댐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홍수가 나면 댐부터 키우자는 단순한 접근이다. 괴산댐을 확대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괴산댐으로 들어오는 물을 줄일 방법은 없는가." 저는 달천 유역 곳곳에 그 답이 있다고 본다. 산림에서 물을 붙잡고, 지류에서 저장하고, 농경지와 습지에서 받아주고, 홍수터와 천변저류지에서 다시 늦추는 것이다.
-그것이 말씀하시는 물그릇인가
▶그렇다. 달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물그릇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지류에는 중소형 저수지를 만들고, 가능한 곳에는 천변저류지를 확보하고, 습지와 홍수터를 복원해야 한다. 농경지도 필요한 경우 적절한 보상과 함께 홍수 때 물을 받아주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저는 이것을 '홍수쉼터'라고 부르고 싶다. 평상시에는 사람에게, 홍수 때에는 물에 공간을 주자는 것이다.
-정치권과 행정기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지금까지 무엇을 얼마나 크게 지을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물과 함께 살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오히려 보이지 않는 물의 공간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치수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물은 행정구역이나 기관의 업무분장표를 따라 흐르지 않는다. 댐·하천·산림·농업·도시계획·재난대응을 따로 관리할 게 아니라 달천 전체를 하나의 유역으로 통합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괴산댐 상·하류 통합관리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달천 물길 변화 조사부터 해야 한다. 지난 70년 동안 하천폭과 홍수터, 습지, 농경지와 산림이 어떻게 변했는지, 도로와 건축물이 얼마나 늘었는지, 하천정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강우를 비교해 홍수량·홍수첨두·홍수 도달시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해야 한다.
주민들의 경험도 중요하다. 어디에 물이 먼저 차고, 옛 물길이 어디였는지 주민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공식 수문자료와 주민들의 기억을 함께 분석해야 진짜 달천의 홍수지도를 만들 수 있다.
-달천을 고향으로 둔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 물에 다시 공간을 돌려줘야 한다. 괴산댐을 키우기 전에 달천의 물그릇부터 살려야 한다. 큰 물그릇 하나보다 작은 물그릇을 곳곳에 만들고, 빠르게 흐르는 물을 곳곳에서 늦추고, 상류와 하류가 함께 안전해지는 유역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물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물이 함께 살아갈 길을 찾는 것이다.
blueseek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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