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여론 물타기?…경찰 '부실 수사' 때마다 살인범 신상공개

10년간 살인 검거 인원 282명…심의위 개최 2건뿐
경찰 "법률상 신상정보 공개 요건에 해당해 결정"

신상정보 공개된 백승태.(충북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청주=뉴스1) 임양규 기자 = 경찰이 강력 사건 부실 대응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공교롭게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하면서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충북경찰청은 27일 청주의 한 노래방에서 지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한 백승태(60)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백승태는 지난 9일 오전 4시쯤 청주시 흥덕구의 한 노래방에서 지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를 받는다.

범행 뒤 백승태는 한동안 노래방 안에 머물다가 간신히 노래방을 빠져나온 피해자 중 1명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검거됐다.

경찰이 처음 신고를 접한 시각은 지난 9일 오전 5시 10분쯤이다. 백승태가 휘두른 흉기에 중상을 입은 피해자가 노래방을 탈출해 119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소방을 경유해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노래방 출입문이 잠겼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철수했다.

강력 범죄가 의심되는 신고는 물론 흉기에 찔려 길에 쓰러진 피해자를 발견하고도 흉기 난동범 백승태를 범행 장소에 그대로 두고 철수한 것이다.

백승태는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서 형사들이 현장에 출동하고 노래방 업주가 문을 열면서 체포됐다. 이때가 최초 신고 1시간 30여 분, 범행 2시간 40여 분 만이다.

충북경찰청은 지난 18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백승태의 신상정보 공개 결정을 했다.

신상정보 공개된 김영우.(충북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과 함께 강력 범죄 피의자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례는 이번뿐이 아니다. 충북의 첫 신상정보 공개 사례 때도 비슷했다.

도내 신상정보 공개 첫 사례로 전 연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살해범 김영우(55) 검거 때도 경찰은 초동 수사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김영우는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6시 10분쯤 전 연인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자신의 거래처 정화조에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에도 경찰은 어머니의 전 남자 친구가 의심스럽다는 실종자 가족의 얘기에도 사건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초동 수사에 실패했다.

결국 충북경찰청 차원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지고 나서야 수사가 급물살을 탔고, 전 연인 살해범 김영우는 범행 44일 만에 붙잡혔다.

이때도 경찰의 '초동 수사 부실' 비판이 일었고, 김영우의 신상정보 공개 결정이 이뤄졌다. 경찰을 향한 비판 여론은 금세 김영우의 신상정보에 쏠렸다.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4조와 시행령 8조에 따라 이뤄진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거나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이 있을 때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충북에서 최근 10년(2016~2025년) 동안 살인 범죄 검거 인원은 모두 282명이지만, 김영우와 백승태를 제외하고 도내에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가 열린 적은 없다.

한 경찰은 "최근 일련의 일을 보면 신상정보 공개의 목적이 퇴색하는 것 같다"며 "부실 대응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눈 돌리기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법률에 근거한 신상정보 공개 요건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yang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