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 대신 호미 잡은 PGA 출신 푸른 눈 골퍼의 '단양 정착기'

[지방지킴] 세계 무대서 18홀 끝낸 토니, 단양서 19홀 시작
"프로 골퍼 '고된 삶' 끝내고 단양서 '쉼' 찾아"

편집자주 ...[편집자주]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 지방 소멸을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든든한 이웃을 응원합니다.

PGA 프로 골퍼 호주 출신인 토니 말로니(Tony Maloney)(오른쪽)와 아내 봉지현 씨. 토니는 젊은 시절 사진 속 PGA 경기 모습을 자랑했다. /2026.2.16/뉴스1 손도언 기자

(단양=뉴스1) 손도언 기자 = "골프 티샷 때 소박하게 스윙해야 공이 페어웨이에 안착합니다. 욕심을 부리면 공은 바로 오비(OB) 경계선을 훌쩍 넘어갑니다. 인생도 마찬가집니다."

PGA 프로 골퍼 출신인 호주 국적의 토니 말로니(Tony Maloney·63)는 골프와 인생을 이렇게 비유했다.

토니는 "현재 삶은 오비 경계선이 아닌 완벽한 페어웨이, 즉 방해물이 없는 안전지대에 안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PGA 상위권에 머물던 세계적인 골퍼다. 강력한 드라이버 샷과 정교한 퍼팅이 그의 주 무기였다.

프로 무대 은퇴 후에도 그는 티칭 프로로 활동했고, 탁월한 성과도 냈다. 그에게 배운 선수들은 지금도 세계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PGA 프로 골퍼 호주 출신인 토니 말로니(Tony Maloney) 씨가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 자신의 집 앞 마당에서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2026.2.16/뉴스1 손도언 기자

그러나 토니는 '쉼'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가 찾은 곳이 첩첩산중에 위치한 충북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의 한 마을이다. 골프 인생 18홀을 끝낸 그가 이곳에서 인생 19홀을 시작한 것이다.

토니는 이곳에서 인생 최고의 '홀인원'을 맛보고 있다고 전했다. 홀인원 보상은 소박한 산자락과 깨끗한 공기, 그리고 인심 좋은 마을 주민과 정겨운 시골 풍경이다.

그가 단양 대강면 방곡리를 처음 찾은 것은 10년 전이다. 그는 외국에서 프로 골퍼와 티칭 프로로 활동하면서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다.

토니는 "능동적인 삶이 아니라, 프로 골퍼로 누군가에게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그러다 1999년 말레이시아에서 지금의 아내 봉지현 씨를 만났다. 봉 씨는 말레이시아의 한 대학교에 다니면서 프로 골퍼를 꿈꿨는데, 이때 토니와 연이 닿았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2003년 호주에서 결혼했고, 두 명의 딸을 낳았다.

봉 씨는 지난 2016년 모친이 거주 중인 단양 대강면 방곡리에서 '6개월 살아보기'를 토니에게 권했다. 어느덧 단양 생활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단양에서 그가 그토록 원하던 인생 최고의 '쉼'을 찾은 셈이다.

PGA 프로 골퍼 호주 출신인 토니 말로니와 아내 봉지현 씨가 오미자 넝쿨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2026.2.16/뉴스1 손도언 기자

그는 단양 살이 초기, 수개월간 아내와 함께 평범하게 시골 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아침이면 드립 커피를 마셨다. 또 아내와 산책하고, 먼 산을 보면서 소위 멍도 때렸다.

물론 시골에서의 삶도 PGA 선수 시절만큼 노력이 필요했다.

봄이면 텃밭에서 고추, 상추, 토마토 등을 길러야 했고 여름이면 채소 등을 수확해야 했다. 가을이면 마을 주민들과 함께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해야 했고, 겨울이면 집안을 가꿔야 했다.

바빴지만 기분은 좋았다고 토니는 강조했다.

토니와 봉 씨는 현재 5000평의 농지에 오미자 농사를 짓고 있다. 특히 봉 씨는 오미자 농사뿐만 아니라 영농조합법인 '도깨비 농촌체험휴양마을'에서 업무도 보고 있다.

토니에게 시골 생활의 만족도를 물었더니, 그는 즉시 "100%"라고 대답했다.

봉 씨는 "남편은 지금 골프채 대신 호미를 들고 일하지만, 소박한 삶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니와 봉 씨가 호주의 드넓은 땅을 놔두고 대한민국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유다.

PGA 프로 골퍼 호주 출신인 토니 말로니와 아내 봉지현 씨. /2026.2.16/뉴스1 손도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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