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충북도청사 몸살…'50년 지킨 문주' 하루아침에 철거

도청 개방 프로젝트로 수목 수백그루 뽑히고 곳곳 공사판
"도청 개방 취지 이해하나, 행정 공간이라는 점 인식해야"

충북도청 정문 문주 철거 전후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국가등록문화 유산이자 도민 기부로 건립한 공공청사인 충북도청사가 '개방 프로젝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나무 수백 그루를 뽑아내고 여러 시설물을 뜯어고친다며 공사판을 만들더니 급기야 50년 넘게 도청사를 지켜온 정문과 서문의 문주를 하루아침에 부수면서다.

18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15일부터 중장비를 동원해 청사 정문과 서문을 철거했다.

정문과 서문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각각 지어져 50여년간 도청사 입구를 지켜왔다. 도청사를 머릿속에 그리면 국가등록문화 유산인 본관과 함께 떠오르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구조물이다.

도는 도청사 개방 프로젝트 과정의 하나로 정문과 서문을 철거하기로 했다. 정문은 철거 후 1개 차로를 확보해 차량 정체를 완화하고 서문은 차량과 보행 동선을 분리할 계획이다.

도는 정문과 서문 문주가 사라지면서 잔디광장과 연못광장, 문화광장이 하나의 열린 공간으로 연결되고 도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충북도청 서문 철거 전후

도청사 개방 프로젝트에 정문과 서문 이동 계획이 담겨 있긴 하지만,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정문과 서문의 문주가 사라지자 시민들은 의아하다는 반응과 함께 사업 추진 과정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한 시민은 "충북도청사를 떠올리면 '충북도청'이라는 이름이 박힌 문주가 떠오를 만큼 상징성이 있는 시설물"이라며 "형체 보존은 둘째치고 중장비로 마구 부숴 철거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도청 개방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담장을 없애고 광장과 주차장을 조성하겠다면서 수목 400여 그루를 뽑아내 논란이 있었다. 이 중 200여 그루는 이식했지만 상당수가 고사하기도 했다.

그림책 도서관으로 재탄생할 예정인 도청 본관은 리모델링 공사로 전동 드릴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본관은 일제 강점기인 1937년 도민 성금으로 지은 건물로 국가등록 문화 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도청을 찾으면 1년 내내 덤프트럭과 중장비가 다니고 공사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도청사를 도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는 이해하나 도청은 문화 공간이 아니라 행정 공간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vin0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