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식산은행 건물 옆 평화의 소녀상…"올겨울 더 추워 보이네요"
시, 옛 건물 복원해 공연·전시장 사용 방침
3·1운동기념사업회 "목적대로 근대문화전시관 활용을"
- 윤원진 기자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충북 충주 옛 식산은행 건물 옆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올 겨울 더 추워 보인다는 주민들이 많다.
11일 관아골 상인에 따르면 평화의 소녀상이 최근 털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고, 두툼한 양말을 신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주변 상인들은 날이 쌀쌀해지면서 어느 시민이 모자 등을 가져와 입혔다고 했다. 모자와 목도리, 양말 등은 손 뜨개질로 만들었다. 모양과 색상 등을 볼 때 한 눈에도 세트로 보인다는 게 시민들의 평가다.
충주 평화의 소녀상은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2019년 3월 관아골 옛 조선식산은행 건물 인근에 세웠다.
그런데 평화의 소녀상 왼쪽으로 20m 정도 떨어진 곳에 일제강점기 수탈의 상징인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이 우뚝 서 있다.
충주시는 2015년 11월 7억 원을 주고 옛 식산은행 건물을 매입했다. 충주시는 근대문화전시관으로 만들어 아픈 역사를 되새기자고 했는데, 시민단체 등은 활용보다 철거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충주시는 식산은행 건물의 가치를 따져 보자며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 지정을 신청했고, 국가유산청은 2017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이어 충주시는 2020년 9월 식산은행 복원 공사에 착수해 2023년 하반기 준공했다. 들어간 예산만 23억 원이다.
그런데 공사가 끝나자 지역에 전시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식산은행 건물을 공연·전시 공간으로 활용한다고 방침을 바꿨다.
결국 충주 평화의 소녀상은 시민 세금으로 복원된 식산은행 건물 옆에서 홀로 일제 강점기 어두운 역사를 마주하고 있다.
충주 3·1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충주는 임진왜란 때 신립장군과 8000여 명의 군사가 숨을 거둔 곳"이라며 "충주 도시 전체가 불에 타 당시 충청감영을 공주로 옮겼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산은행 옆 소녀상이 추워 보이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blueseek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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