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평가 가점 때문에?…청주시 '여성 전용 주차장' 조성 논란

여성친화도시사업 가점 0.2점, 부서 순위 바뀔 수 있어
"가점 영향 일부 있어…교통약자 위해 조성한 것" 해명

청주 푸르미스포츠센터 주차장./뉴스1

(청주=뉴스1) 임양규 기자 = 충북 청주시의 특정 부서가 내부 평가 가점을 위해 지금은 사라지다시피 한 '여성 전용 주차장'을 조성하면서 시대착오적인 행정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논란이다.

10일 청주시에 따르면 시는 시정평가를 통해 매년 각 부서의 근무 성적을 평가한다.

평가 기준은 △전화친절도(3점) △시정홍보 실적(3점) 등 12개 공통지표에서 최대 20점, 시정발전 기여도·달성도에 따른 성과지표(최대 80점)로 나뉜다.

전체 100점 만점에 국비 확보 실적(0.3점) 등 7개 지표로 점수를 주는 가점 지표(최대 3.3점)가 더해져 평가가 이뤄진다.

가점 지표 중 '여성친화도시사업 추진' 항목은 최대 0.2점의 가점을 얻을 수 있다. '여성 전용 주차장' 조성도 해당 사업에 포함돼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수치상 0.2점이 크게 보이진 않지만 부서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점수다. 실제 지난해 시정평가 최고점은 100.5점, 2위는 100.35점으로 불과 0.15점 차이다.

평가로 메겨지는 부서별 순위에 따라 성과급과 일종의 연봉계약인 성과계약금이 달라진다. 부서마다 가점에 목을 매는 이유다.

가점을 위해 자원관리과는 흥덕구 휴암동 푸르미스포츠센터에 주차장 44면을 조성하는 사업에 2면을 여성 친화 주차장의 일종인 '배려 주차장'으로 조성한다. 별도의 주차면 표시를 위한 도색비까지 추가로 들어간다. 이날 착공에 들어가 오는 17일까지 준공이 목표다.

배려 주차장은 현재는 사라진 여성 전용 주차장을 확장한 개념이지만, 여성 친화 도시 사업의 일부로 사실상 여성 전용 주차장이다. 요즘은 국가유공자나 임신부 주차장을 만드는 게 추세다.

이 부서는 청주시 여성가족과에서 2021년 3월 자체 제작한 '청주시 여성친화주차장 조성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들었다. 가이드라인에는 배려 주차장을 여성친화주차장 일부로 명시하고 있다.

배려 주차장 조성은 다른 사업보다 손쉽고, 시인성까지 있다.

도내 한 공무원은 "관공서에 민원인들을 위한 휴게 쉼터라도 만들려고 하면 설계부터 시작해 수많은 절차가 있다"며 "그에 비해 같은 여성친화도시 사업이라도 배려 주차장은 주차장에 선만 그으면 돼 상대적으로 쉽고 생색내기도 좋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돈을 더 써가면서 여성을 위한 별도의 주차 공간을 만드는 데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자원관리과는 가점으로 배려 주차장을 조성하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우경원 자원관리과장은 "가점으로 인한 영향도 일부 있고 일반 주차면에 배려 주차장을 만든 것이 무슨 문제가 있냐"고 반문하며 "여성만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교통약자들을 위해 조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yang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