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감사원에 한 재난대응 하소연…"인사가점 생색내기 불과"
감사원, 재난 대비·대응 문제점 분석 면담 감사
- 박재원 기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기준 인건비 제한으로 재난상황실 전담 인력을 추가 채용할 수 없고, 자연재난 행동 매뉴얼은 정부 평가에 반영돼 부실해도 만점을 줄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충북 청주시 재난대응 일선 공무원들이 감사원에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하소연이다.
감사원은 대형 재난을 중심으로 대응 역량을 분석하고, 취약 요인별로 실효적·근본적 개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7개월가량 감사 인력 36명을 투입해 감사를 진행했다.
재난 대비·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원인을 심층 분석하기 위해 최근 10년간 실제 재난 대응을 경험한 지방자치단체 10곳을 대상으로 부단체장, 재난관리 부서장 및 실무자 면담 등도 했다.
2023년 7월 15일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사망자가 발생한 청주시도 여기에 포함됐다.
28일 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상황실 운영 실태 점검에서 청주시는 평시에 상황실 근무를 하지 않고, 상황실 역시 탕비실에 재난망 장비만 가져다 둔 채 상황실이라고 운영했다.
시는 오송지하차도 참사 이후 상황실 운영을 개선했지만, 상황실 근무에 대해서는 "재난안전법에는 전담인력을 활용해 상황실을 운영하도록 돼 있지만 기준 인건비 제한으로 추가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재난유형별 행동 매뉴얼에는 산사태, 산불, 유해화학물질, 공동구 등 5종의 주관부서로 '경찰'을 지정하는 등 각종 오류가 있었지만, 자체 점검에서 5점 만점에 5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매뉴얼 담당자는 "매뉴얼 자체 점검 결과가 행안부의 평가에 반영돼 기초지자체 입장에서는 만점을 부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행동매뉴얼 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관련 담당자는 "매뉴얼 개정은 대부분 조직개편에 따른 비상 연락망 수정인데 연락처가 너무 많아 이를 일일이 찾아서 현행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재난 상황 발생 때 행동매뉴얼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행동매뉴얼 총괄 담당자는 "대설주의보 발령 때 대응 1단계로 재대본을 구성하면서 행동매뉴얼을 활용한 적은 있으나 상황이 심각해지면 매뉴얼을 볼 여유 조차 없다"고 했다.
풍수해 매뉴얼 담당자도 "현행 행동매뉴얼은 양이 방대하고 내용이 많은 데다 다른 부서 조치 내용까지 포함돼 재난 상황 때 즉각적인 활용이 어렵다"고 했다.
재난 실무부서 근무 기피와 잦은 순환보직에 따른 경험 축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인사 가점 부여, 중요직무급 지급도 이뤄지지만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생색내기용에 불과하고, 인사 가점 역시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된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감사원은 "정부가 그간 재난관리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제도·인프라 확대에만 집중하고 실제 현장에서 재난관리를 수행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전문성을 갖춘 관리 책임자를 채용하고 책임, 권한, 역할에 맞는 처우를 제공하는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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