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심을 잡아라…지방선거 주자들 현수막 경쟁 치열

차기 충북지사·교육감 후보군 등 얼굴·이름 알리기 분주

추석을 맞아 청주 도심 곳곳에 정치권 현수막이 붙어있다.2025.10.2/뉴스1 이재규 기자

(청주=뉴스1) 이재규 기자 = 추석을 맞아 충북 정치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명절 민심을 선점하려는 듯 주요 교차로마다 정치인들의 인사 현수막이 내걸리며 도심 풍경을 바꿔놓았다.

지난 2일 찾은 청주 성안길, 상당공원사거리, 미평사거리, 산남사거리 등 여러 사거리에는 "넉넉하고 따뜻한 한가위 되세요", "보름달처럼 고르게 빛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겉으로는 명절 인사말을 내세웠지만, 대부분은 이름과 얼굴을 큼지막하게 내걸어 사실상 내년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전 선거전'에 가까운 분위기다.

현수막에는 차기 충북지사나 교육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눈에 띄었다.

신용한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은 "충북도 서울도 보름달처럼 고르게 빛나길"이라는 문구로 지사 후보군 존재감을 드러냈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고민하겠습니다! 2025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라는 다소 함축적인 문구의 인사 현수막을 내걸어 이목을 끌었다. 윤 전 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차기 충북지사 출마가 거론된다.

충북교육감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는 김진균 청주시체육회장은 "넉넉하고 따뜻한 한가위 되세요"라는 덕담을 내걸었다.

정당 차원의 움직임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광희 국회의원(청주 서원)은 "더불어 풍요로운 한가위 되세요"라는 파란색 현수막으로 민심을 아울렀다.

반명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추석 밥상, 가족 행복 국민의힘이 챙기겠습니다"라는 문구로 민생 이미지를 강조했다.

지역 인사들도 빠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서승우 상당구당협위원장은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국민의 일상 더 든든하게"라는 문구를 내걸고 존재감 알리기에 나섰다.

이 가운데 청주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손인석 전 충북도 정무특보는 "쉿! 추석 명절엔 가족과 정치 얘기하지 마세요"라는 이색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형식적인 덕담 대신 유머러스한 메시지를 내세워 온라인상에서도 "공감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도심을 지나던 시민 김 모 씨(45)는 "명절 분위기를 살려주는 덕담이 반갑다"고 했지만, 다른 시민 이 모 씨(38)는 "선거도 아닌데 현수막으로 거리를 도배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했다.

정치권의 현수막 경쟁은 단순한 명절 인사를 넘어 내년 총선과 지방선거를 겨냥한 전초전 성격을 띤다.

추석 밥상머리에 오를 민심을 선점하고 지역 내 인지도를 넓히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는 해석이다. 명절이 끝난 뒤에도 내년 선거 때까지 이 같은 '현수막 정치' 이어질 전망이다.

jaguar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