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2년]'처벌'과 '대책' 지지부진…빛바랜 약속들

책임자 43명 법정 갔지만…재판은 제자리걸음
국회 국정조사 '뒷전' 밀리고 관련 법안은 폐기

궁평2지하차도. /뉴스1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30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사고 이후 우리 사회는 안전한 세상을 꿈꾸며 '처벌'과 '대책'을 약속했지만, 그 다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바래져 갔다.

참사 발생부터 현재까지 그간의 흔적을 되짚어 두 약속이 지켜졌는지를 되돌아본다.

사상 최악의 지하차도 참사…원인은 인재(人災)

2023년 7월15일 오전 8시 40분. 미호강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쏟아진 강물이 순식간에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엄청난 양의 급류에 지하차도를 지나가던 차량 17대가 잠겼고, 미처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14명이 캄캄한 지하차도 안에 갇혔다.

실낱같은 희망 속에 수색 작업이 사흘간 이뤄졌으나 14명은 끝내 차디찬 주검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침수되는 충북 청주시 오송궁평지하차도 . / 뉴스1

사고 이후엔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책임 규명이 시작됐다.

국무조정실은 참사 사흘째부터 감찰 조사를 벌인 끝에 참사의 원인을 부실 제방 공사라는 선행 요인에 관계당국의 무사안일한 대응이 더해지면서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결론짓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책임 규명의 바통을 이어받은 검찰은 곧바로 충북도,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충북경찰청 등 관계기관 10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 하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공사 편의를 위해 미호강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축조한 미호천교 확장공사 감리단장과 현장소장을 가장 먼저 구속 기소한 데 이어 이들의 부실 공사를 묵인하고 방치한 행복청, 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등 관련자 12명과 시공사·감리단 법인 2곳을 추가 기소했다.

이후 '부실 대응' 기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검찰은 사전에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됐는데도 도로를 통제하지 않은 충북도, 청주시, 충북경찰, 충북소방본부 공무원 26명을 차례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의 칼끝은 실무자 선에서만 책임을 지우는 데 그치지 않고 윗선을 향해서도 뻗어나갔다.

검찰은 이범석 청주시장과 이상래 전 행복청장, 서재환 전 금호건설 대표이사 등이 제방 관리·감독 업무를 소홀히했다고 보고 이들을 국내 첫 중대재해처벌법상 시민재해치사 혐의로 법정에 세웠다. 다만 지하차도 관리 주체인 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해서는 안전관리 체계를 충실히 구축했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총 8개 기관의 책임자 43명(법인 2곳 제외)을 재판에 넘긴 것으로, 단일 사고로는 이례적인 수였다.

2023년 7월 충북도청에 마련된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모습 2023.7.27/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머나먼 진상 규명…대책도 흐지부지

1년 6개월 간의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가까워 보였던 '책임자 처벌'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 대다수가 "책임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면서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사건은 1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형이 확정된 피고인은 미호천교 확장공사 현장소장(징역 6년)과 감리단장(징역 4년) 2명뿐이고, 상황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전 청주서부소방서장(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 2명도 최근에서야 항소심 판단을 받았다. 나머지 39명은 여전히 긴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으며, 언제쯤 마무리될지조차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공언했던 정치권의 약속도 헛된 구호에 그치기만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청주 흥덕)은 지난해 8월 당시 야 6당 188명 의원을 대표해 '오송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정조사는 채상병 특검법 등 각종 현안에 밀려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국정조사는 참사 발생 두 해가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내놓았던 법안도 무관심 속에 잊혀져만 갔다.

정치권은 참사 이후 재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개발계획이 수립되기 전 홍수, 바람 등 유발될 수 있는 재해를 분석해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법안과 침수에 대비해 지하차도에 진입차단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하안전관리에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단 한 건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부분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계류되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오송참사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물론 참사 이후 지자체의 재난 대응 체계와 인식 개선 면에서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참사는 언제든지 또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다른 재난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정조사와 관련 법안 제정 등을 조속히 실현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오송지하차도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7.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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