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모교 아름드리 나무 잘라내 아쉬움…이유는 '해충과 꽃가루'

충주 교현초, 주민 민원 이유로 플라타너스 7그루 제거
동문 "수목 관리 문제 드러나…교육청 재발방지책 필요"

충북 충주 교현초등학교가 80년 이상 된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를 모두 베어내 논란이다. 사진은 플라타너스 나무가 있던 자리 콘크리트 마감 모습.(독자 제공)2024.5.5/뉴스1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충북 충주 교현초등학교가 80년 이상 된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를 모두 베어내 논란이다.

5일 교현초 인근 주민에 따르면 최근 운동장에 있던 플라타너스 7그루가 송두리째 사라졌다.

뿌리가 뽑힌 두 곳은 콘크리트 마감을 했고, 다른 곳은 모래와 블록으로 덮인 상태다.

이 학교 동문은 120년 학교 역사에 절반 이상을 함께 한 나무들이 무슨 이유로 베어졌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학교 측은 미국흰불나방 등 해충 발생과 소독과 가지치기 등 입목 관리 비용의 어려움이 있어 나무를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학교 동문은 수십 년 추억을 머금은 나무가 해충과 관리 비용 때문에 사라졌다며 이번 일은 숙의가 필요했다고 꼬집었다. 일부 주민은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뜨거운 볕을 가려 주던 그늘이 없어졌다며 원성이다.

학교 입목은 공공 재산이다. 교장 재량으로 80년 이상 된 나무를 잘라도 되는지, 교육청은 공유재산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현실은 교육청에도 나무 관리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나무를 벨 때 운영위 심의를 받는 게 전부다. 교현초도 운영위는 물론, 동문회와 상의해 결정했다.

교현초 교장은 "지난해까지 역사와 전통을 유지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동문회 의견을 들어 나무를 유지했다"면서 "올해 초 다시 동문회와 협의해 보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나무를 제거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라타너스는 해충과 꽃가루로 주민 민원도 많았다"며 "앞으로 느티나무를 심어 주민에게 그늘과 휴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현초의 한 동문은 "행정편의로 임의 처분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면서 "학교 수목 관리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만큼, 충북교육청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나 전북교육청 등은 수목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공유재산 관리를 하고 있다. 매뉴얼에는 공유재산인 학교의 수목 조사 방법과 수목의 취득·누락 재산 등재 및 처분 절차 등이 담겼다.

교현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모교이기도 하다.

플라타너스 나무 제거 전 모습.(다음지도 캡처)/뉴스1

blueseek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