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칼럼] 사랑받는 시민단체의 요건

충북시민단체 공익기능 강화해야 신뢰 회복
진영·집단이익 대변하면 '이념 또는 민간단체'

이광형 뉴스1 세종충북본부장./뉴스1

(충북ㆍ세종=뉴스1) 이광형 기자 = 2004년 쯤으로 기억된다. 이원종 충북지사가 주재한 지역언론사 간부 만찬에서 시민단체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지역언론이 시민단체의 무분별한 주장은 보도를 삼갔으면 좋겠다'라고 동석한 언론사 간부들에게 요청했다.

사실과 다른 주장에 대해 언론 보도로 힘을 실어주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충북에선 이때 시민단체가 막 태동하며 활동을 시작할 시점이었다. 참석자 일부가 공감을 표시했다. '말도 안 되는 보도자료는 보도를 지양하자'고 거들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지역 시민단체 상황은 어떠한가. 출범 초와 다르게 몸집은 커졌으나 감시와 비판의 잣대에 객관성이 흐릿해 지면서 신뢰가 추락하고 정치 권력화 됐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지역 시민단체의 양대 축이던 충북경실련은 수년 전 성비위문제로 소송이 이어지며 도덕성에 발목이 잡혀 사고지부로 전락, 활동을 중지한 상태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위탁사업이나 보조금을 받아 사업을 벌이다 논란을 빚은 사례도 있다. 시민운동가도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만큼 그건 그렇다고 하자.

그러나 시민을 대변하기보다는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단체의 이념 성향에 따라 비판의 잣대가 들쭉날쭉하는 건 신뢰를 잃어가는 치명적 오류였다.

시민 의사와 무관하거나 그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의 이론과 실무에 능한 전문가 의견도 무시한 채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억지에 불과하다. 자기 진영에 속한 정당이나 정치인의 잘못에 대해선 침묵하고, 반대정당과 정치인에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행태는 그들 스스로 시민단체임을 부정하고 '이념단체'임을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

최근 충북참여연대는 충북도장애인체육회 사무국장 임명과 충북도립대 총장 임명과 관련해 김영환 지사에게 인사 기준을 밝힐 것과 '낙하산 인사' 임명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도 충북여타 출자 출연기관에 대한 임원인사와 역설적 친일발언, 산불 중 술자리 참석 등을 두고 사과 요구와 비판을 이어왔다.

도정이나 시정에 대한 시민단체 주장이나 비판이 잘못됐다고 시비를 거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정파에 따라 비판이 달라 형평성과 객관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시종 지사 3선(12년)동안에도 도립대를 비롯해 장애인체육회 사무국장, 체육회 사무처장, 산업단지관리공단 전무,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중소기업진흥원장 등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 임원에 선거캠프나 측근, 퇴직공무원 등을 지속적으로 낙하산 임명했다.

심지어 일부 인사는 70세가 넘도록 회전문이나 붙박이 인사로 이 지사와 임기(12년)를 함께했거나, 현재에도 자리는 지키며 노후를 즐기는 인사도 있다. 이들도 대부분 전문성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흔한 비판 성명을 내거나 집회 시위를 연 사례가 없다.

그런데 보수정당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지사가 취임하자 사사건건 비판의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니 그들의 주장이 옳아도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비판공세는 총선을 기점으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임기내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균형과 객관성을 잃은 심판의 휘슬(비판)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는다.

이런 불신에는 그들 스스로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무비판적으로 보도해 준 지역언론의 책임도 있다. 시민단체는 스스로를 '진보세력'이라 말한다. 진보란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건 데 왜 그들은 70~80년대 반미, 반일, 반재벌, 반기업, 친노조 등의 외침에서 머물러 있을까.

민족주의가 사실상 무너진 글로벌 다문화시대에 변화된 현실을 망각한 '꼰대 진보'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비정부 기구로서 1998년부터 출범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시민단체는 참여자치시민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으로 대표된다. 이들 단체가 중심이 돼 권력과 부정부패를 감시비판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등 공익적 역할에 앞장서 왔다.

부패권력의 폐부를 찔러 투명사회를 조성하는 등 사회적 순기능을 발휘하며 국민 신뢰도 쌓았다. 투명사회와 공정사회를 위해 '불침번' 역할을 해왔던 그런 시민단체가 '이념단체'니 '민간단체'로까지 매도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신뢰와 도덕성 회복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선 '외눈박이 눈'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객관적 시각으로 권력을 감시 비판하는 시민의 대변자로서 공익적 역할에 충실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신 리영희 선생님의 저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12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