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체계로는 역부족"…청주 여중생 사건 계기 법 개정 여론 비등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족쇄'…친족 성폭력 피해자 특수 사정 고려해야
공소시효 폐지·직계존속 고소금지조항 삭제·아동학대처벌법 개정 필요

성범죄를 당한 뒤 지난해 5월12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2명이 처음 발견된 곳에 국화 꽃다발 등이 놓여있는 모습./ⓒ 뉴스1 조준영 기자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충북 청주 성폭행 피해 여중생 투신 사건'을 계기로 법 조항을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뉴스1 9월 15일 보도 등). 배경에는 현행법 체계로 친족 성폭력을 비롯한 특수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범죄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한다.

친족 성폭력 범죄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여성계는 공소시효 폐지와 형사소송법상 직계존속 고소금지 조항 삭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상 친족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미성년자가 성인이 된 뒤 신고를 하면, 공소시효는 성인이 된 시점부터 10년에 불과하다.

성범죄 가해자가 직계존속이면 직접 형사고소 하지도 못한다. 제3자를 고발인으로 내세워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가 가족이면 고소를 결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는 곧 공소시효 만료로 이어져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또 직계존속은 직접 고소할 수 없어 3자를 통해 고발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이치에 맞지 않는 법 제도는 하루빨리 폐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동학대 처벌법도 개정 대상으로 꼽힌다. 현행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아동 학대 피해가 확인되고 재학대 위험이 현저할 때 보호 차원에서 응급조치하도록 한다.

다만 응급조치 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피해자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따라붙는다.

문제는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조건인 특별한 사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결국 단서 조항에 나온 특별한 사정은 경찰을 비롯한 관계기관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 셈이다.

친족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이 지난 2월 10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다락방의 불빛에서 법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당시 기자회견은 지난해 5월 친한 친구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청주 오창 여중생 A양 유족과 충북법무사회가 마련했다./ⓒ 뉴스1 조준영 기자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옥죄는 족쇄로 작용한다. 특히 아동 피해자는 가정이 무너질까 두려워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피해 사실을 알린다고 하더라도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해 되레 죄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청주 여중생 사건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계부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는 초기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계부에게 성범죄를 당했다고 호소한 뒤 진술을 번복했다.

또 가·피해자 분리 조치까지 거부했다. 가해자인 계부와 함께 생활하면서 경제·심리적으로 종속돼 합리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가정 내 범죄, 특히 친족 성폭력 범죄는 가·피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2차 가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강간을 비롯한 중범죄 혐의가 나타날 때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즉시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속히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5월12일 오후 5시쯤 청주시 오창읍 창리 한 아파트에서 여중생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두 여학생은 숨지기 전 경찰에서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자로 조사를 받았다.

가해자는 두 학생 중 한 명의 계부로 청소년성보호법 위반(강간) 등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25년을 확정 받았다.

충북여성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10일 청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창 여중생 성폭력 가해자 1심 선고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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