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12년을 기다렸다"…충북, 방사광가속기 유치 두번째 도전

전 도민 역량 결집…"준비는 끝났다. 최적지는 충북 오창"
운명 가를 일주일…과기부 7일 우선협상대상 선정

(청주=뉴스1) 이정현 기자 = 충북도가 2008년에 이어 12년 만에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한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1조원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한 충북도의 노력은 지역 민·관·정가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이어지고 있다.

무려 150만명이 넘는 충북도민이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한 온·오프라인 서명에 참여하는 등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전 충청권의 지원사격도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유치 후보지인 청주 오창이 여타 후보지보다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는 데 최적의 입지라는 객관적 평가가 나오는 상황 속 이번 도전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12년의 기다림'…충북도 철저한 사전준비

충북테크노파크가 27일 경비행기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충북 오창 유치' 희망 현수막을 부착하고 비행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충북도 제공) 2020.4.27/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방사광가속기 구축은 충북의 숙원사업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한 차례 유치전에 뛰어 들었지만, 경북 포항에 고배를 마셔야했다.

12년이 지난 2020년. 다시 찾아온 기회 앞에 충북은 일찌감치 유치 추진을 위한 사전준비에 들어갔다.

충북은 2017년부터 방사광가속기 유치 재추진을 위한 검토에 나섰고, 지난해 3월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한 뒤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하는 등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그해 7월에는 수요분석과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에 착수, 후보지로 청주시 오창읍 후기리를 선정하고 과기부 설득을 위한 논리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국회와 지역에서 토론회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방사광가속기'에 대한 대도민 홍보에 주력했다.

생소할 수 있는 방사광가속기에 대해 알리고, 1조원 규모 대형 국책사업을 우리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지역민 역량결집을 위해서였다.

효과는 나타났다. 최근 충북도와 각 시·군이 전개한 방사광가속기 유치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에 무려 150만명이 넘는 도민이 참여하는 등 뜨거운 유치 염원을 보여줬다.

특히 오프라인 서명은 시작한 지 불과 9일 만에 133만3071건을 달성하는 등 가히 눈부신 성과를 기록했다.

◇지역사회 역량 총결집…민·관·정 각계각층 힘 보태 '하나 된 충북'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충북도당위원장(왼쪽)과 미래통합당 박덕흠 국회의원(보은·옥천·영동·괴산, 오른쪽)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충북 오창으로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의 필요성을 담은 건의문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4.29/ (민주당 충북도당 제공)ⓒ 뉴스1

이번 충북의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지역사회 각계각층의 하나된 목소리다.

정‧관계는 물론 경제계, 학계, 민간부문에 이르기까지 충북의 전 지역사회가 방사광가속기 구축에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지역정치권에서는 당을 초월해 충북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과 미래통합당 충북도당은 지난달 28일 방사광가속기 청주 오창 유치를 위한 건의문을 채택하고, 정부와 국회 등에 전달했다.

건의문에는 민주당 변재일, 통합당 정우택 도당위원장을 비롯해 21대 총선 충북지역 당선인 전원의 서명이 담겼다.

지난달 27일에는 충청권 4개 시도의회 의장단(장선배 충북도의회 의장, 유병국 충남도의회 의장,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서금택 세종시의회 의장)은 27일 충북도의회에서 방사광가속기 충청권 유치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도내 11개 시·군 지방의회도 앞 다퉈 의회 차원의 결의문을 채택,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힘을 실었다.

지역경제계와 과학계도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충북 유치에 한 목소리를 냈다.

충북·충남·대전·세종 등 충청권 4개 시도 상공회의소 회장 10명은 지난 달 28일 청주의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열고 방사광 가속기 유치를 염원하는 공동 건의문을 채택했다.

도내 23개 경제단체로 구성한 충북경제단체도 "대한민국 미래 100년의 성장동력이 될 방사광가속기를 부지안전성, 지리적 여건, 발전 가능성 등에서 전국 최적지라고 자부하는 오창에 구축해달라"는 건의문을 정부와 과기부에 전달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충북지역연합회와 충북여성과학기술인회, 충북과학기술혁신원 관계자 20여명도 성명을 통해 유치 지지에 동참했다.

충북과학기술포럼 역시 지난달 14일 충북지식산업진흥원에서 회원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충청권 유치 결의문'을 채택했다.

충북의 방사광가속기 유치는 단순히 지역을 떠나 충청권 모든 시·도의 염원이 됐다.

충청권 4개 시·도(충북, 충남, 대전, 세종) 각계 인사가 참여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충청권 유치추진위원회'가 지난 3월 말 출범했다.

위원으로는 청주시를 포함한 충청권 5개 광역·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 등 17명, 21개 대학교 총장, 15개 연구기관, 경제단체 및 기업체 대표자 48명 등 모두 10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방사광가속기'가 뭐 길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 뉴스1

방사광가속기는 태양보다 100경배 밝은 빛으로 1000조 분의 1초 단위로 순간을 잡아내 물질의 기본입자를 관찰 할 수 있는 가속기다.

쉽게 말해 '초정밀 거대 현미경'이라 할 수 있다.

충북이 유치에 나선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3세대(태양의 1억 배 밝기의 광원)보다 광원이 100억 배 밝고 펄스폭이 1000배 짧아 1000조분의 1초 단위 시간대의 물질 변화와 살아있는 세포의 분자 구조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최첨단 장치다.

4세대는 3세대 방사광가속기로는 불가능한 살아있는 세포, 광합성 과정, 비결정단백질 등 까지 촬영할 수 있다.

활용분야는 물리, 화학, 생물, 의학 등 기초연구는 물론 응용분야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바이오 신약, 촉매, 나노정밀소자, 2차 전지, ESS, 신소재 개발 등 모든 과학 분야 연구에 활용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신종플루, 사스 등과 같은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개발이나 마이크로 의학용 로봇 개발에 필요한 모든 기초과학분야 연구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충북을 비롯한 여타 지자체가 앞 다퉈 유치전에 뛰어든 이유는 미래 신산업동력 확보는 물론 유치에 성공하면 당장 가시화할 지역경제 파급효과 때문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이 내놓은 조사결과를 보면 방사광가속기를 지역에 유치하면 6조7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2조4000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13만70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청주 오창 '단단한 화강암 지질·사통팔달 지리적 접근성' 최적 입지

충북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 전경. /2018.11.19/(충북도 제공) 뉴스1ⓒ News1

충북 청주 오창은 과기부에서 밝힌 부지 선정 평가기준에 가장 부합한 대상지로 꼽힌다.

충북의 가장 강력한 경쟁지역으로 꼽히는 전남(나주시)의 정치인들이 평가지표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체가 이 같은 객관적 사실을 방증한다.

호남권 국회의원 28명은 지난 23일 건의문을 내 접근성에 높은 점수를 부여토록 한 평가 항목을 국가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평가지표로 재조정 해달라고 촉구했다.

과기부에서 밝힌 방사광가속기 부지 주요 평가기준을 보면 '기본요건' 25점, '입지조건' 50점, '지자체 지원' 25점이다.

기본요건이나 지자체 지원은 이미 유치를 신청한 충북 오창, 전남 나주, 강원 춘천, 경북 포항 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치 신청 지역들이 부지제공 면적이나 부대시설, 지원계획 등에 최적의 조건을 맞췄다는 가정 하에 변별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관건은 '입지 조건'이다.

평가 항목 중 배점이 가장 높은 '입지 조건'에서 최종 부지 선정의 희비가 갈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충북은 이점에 착안, 청주 오창이 방사광가속기 구축의 최적지라는 논리로 유치전을 폈다.

청주 오창은 서오창IC에서 5분, KTX오송역과 청주국제공항에서도 불과 10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 평가에서 여타 후보지들을 월등히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주여건도 충북 청주와 강원 춘천만 도청 소재지로, 배후도시 인구도 청주는 무려 85만 명에 달해 춘천의 28만 명, 나주의 11만 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주변 인프라 또한 국내 연구기관과 대학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과 충청권에 밀집해 있어 청주 오창이 방사광가속기 활용도 면에서도 비교 우위에 있다는 의견이 과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충북 10년 간 대형국책사업 번번이 고배…'정치 논리' 이번엔 안돼

이시종 충북지사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청주 오창 유치를 논의하는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16/ (충북도 제공) ⓒ 뉴스1

최근 10년 동안 '정치 논리' 등으로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번번이 쓴잔을 마셔야 했던 충북에서는 이번 방사광가속기 유치 선정에 있어서만큼은 정치권의 입김이 배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충북은 2013년 KTX 오송역세권 개발사업 포기를 시작으로, 충북경제자유구역 청주에어로폴리스 항공정비(MRO) 단지 조성 무산‧충주에코폴리스 개발 포기, 이란 2조원 투자 유치 무산 등 시도한 대규모 사업마다 고배를 마셨다.

결은 다르지만 최근에는 '2030 하계 아시안게임' 충청권 유치에도 나섰다 정부 승인을 얻지 못해 유치의향서조차 접수하지 못했다.

이 같은 대형사업 실패 후에는 항상 '정치 논리' 문제가 따라 붙었다.

때문에 충북에서는 이번만큼은 철저히 정치 논리를 배제한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는 "방사광가속기 입지선정이 정치적 논리나 특정지역의 부당한 영향력으로 불공정하게 진행된다면 충청인들의 역량을 모아 대응해 나가겠다"고 성명을 냈다.

충북민간사회단체총연합회도 입장문을 내 "정부당국자는 어떠한 정치적 압력에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최적의 부지가 선정되도록 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충북여성단체협의회 또한 "정부가 정치성을 배제하고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수요자가 원하는 최적지에 구축되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과기부는 29일 유치계획서를 접수한 지자체를 대상으로 다음 달 6일 대전에서 발표평가를 진행한다. 7일에는 발표평가 상위 1·2순위 지역의 후보지 현장 확인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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