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판정?' 청주고인쇄박물관 '증도가자' 후폭풍 확산

거액 구입 박물관· 용역 논란 문화재연구소, 복원사업 연구용역 교수 등

증도가자(證道歌字) ⓒ News1 D B

(충북ㆍ세종=뉴스1) 남궁형진 기자 = 충북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유한 ‘증도가자(證道歌字)’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 위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청주고인쇄박물관이 보관 중인 증도가자에 대한 검증결과 위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과수는 고인쇄박물관이 소유 증도가자와 고려시대 활자 7개에 대한 3차원 금속 컴퓨터단층촬영을 벌여 활자 단층에서 외곽을 둘러싼 단층을 발견했다.

이는 활자 안쪽과 밀도가 다른 물질이 외부를 감싸고 있는 것으로 안팎을 따로 만들지 않는 금속활자 주조방식에서는 나타날 수 없다.

이 밖에 일부 활자 뒷면에서 덧된 흔적이 발견됐고 깨진 활자를 분석한 결과 내·외부의 성분이 다른 것으로 나타난 점 등도 위조 가능성을 높였다.

국과수는 이 같은 내용을 오는 31일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먼저 증도가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거액을 들인 청주시가 결국 ‘가짜’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이 증도가자 활자는 2010년 고인쇄박물관이 발주한 조선시대 금속활자복원사업 연구용역을 맡은 경북대 산학협력단이 연구자료로 구입, 연구 종료 후 고인쇄박물관에 전달했다.

활자구입비만 개당 1000만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비용은 시 예산에서 빠져나갔다.

결국 연구용역에 의지한 채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못해 7000여만원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인쇄박물관 관계자는 “증도가자 진위여부에 대한 얘기가 많아 전문가 등에 확인을 했지만 의견이 분분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문화재청에서 증도가자에 대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증도가자를 둘러싼 문화재청의 대처 역시 논란거리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경북대 산학협력단에 기초학술조사 연구용역을 발주, 용역결과를 토대로 109개의 증도가자 중 62개를 진품으로 볼 수 있다고 결론냈다.

당시 경북대 산학협력단은 활자에 묻은 먹의 탄소연대 측정결과를 토대로 이 활자가 직지보다 138년 가량 앞선 1033~1155년 사이에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북대 산학협력단 연구책임자가 증도가자의 세계최고(最古) 금속활자 주장을 펼친 이 대학 남권희 교수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신빙성에 의구심이 일었다.

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경북대 산학협력단에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은 연구성과 등 여러 지표를 고려, 여러 논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국과수의 조사 결과에 대한 우리쪽의 검증도 필요하다”며 “31일 국과수의 결과 발표 이후 우리 쪽이 진행한 조사 결과 등과 비교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국과수가 위조 가능성을 높게 본 활자가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신청을 한 증도가자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문화재청은 이날 “현재 3개 분야 12명의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을 구성, 증도가자에 대한 지정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금속활자본과 복각본의 비교를 통한 서체 변화율, 금속활자를 덮고 있던 흙과 녹에 대한 보존과학적·금속학적 연구, X-ray, CT 촬영을 통한 제작기술 분석 등 다양한 과학적 조사의 필요성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견에 대하여 합리적‧과학적‧객관적으로 지정 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금속활자 7점은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 금속활자에 대한 국과수 조사 결과를 지정 신청된 모든 금속활자로 확대하여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 등에 책임소재를 묻는 것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쇄박물관 관계자는 “위조 가능성이 높은 증도가자를 구입한 부분에 대해 용역을 진행한 산학협력단이나 교수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국과수 결과가 정식으로 발표된 뒤 내부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권희 교수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조사 내용에 대해 "금속활자 주조 방법과 서지학적 정보 부재로 인한 잘못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남 교수팀 관계자는 "지난해 문화재청의 기초학술조사 연구용역에서 밝힌 것처럼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증도가자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라는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기초학술조사 당시 공모를 통해 용역을 받은 것"이라며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nghj@